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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이태원 살인사건은 막걸리 스릴러"
2009-09-03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조금 특이한 미스터리물이다.

1997년 4월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미군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반미로 나아갈 수도, 살인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강한 장르영화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인물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도 객관이라는 틀 안에 머문다. 무언가 한 방이 터질 것 같지만, 그 한 방은 결국 터지지 않는다. 홍기선 감독은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배우 정진영은 이러한 담담함에 매혹됐다고 한다. 그리고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자 주저 없이 주인공 박대식 검사역을 맡았다.

정진영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실 때는 잘 모르지만 집에 오면 뻗어버리는 막걸리 같은 영화"라고 이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를 볼 때는 모르지만 다 보고나면 묘한 여운을 남긴다는 이유에서다.

"스릴러 영화인데 보고 나면 뭔가 시원한 느낌이 없어요. 영화 막판 범인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얼굴을 보여주는 건 도대체 무슨 초식인지, 또 스릴러답게 장르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건 도대체 왜 그런지 등등 의문거리가 많죠."

사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제목만 보면 '반미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미군들의 집결지인 이태원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기 때문이다.

"반미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소변을 보러 갔다가 아무 이유없이 죽은 고인, 재미로 사람을 죽인 범인,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그리고 유족들. 그들의 이상한 집결에 대해서 말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영화는 대립구도로 이뤄져 있어요. 약자와 강자, 덜 뚜렷한 용의자와 더 뚜렷한 용의자, 방관과 고발과 같은 것들이죠. 이러한 대립관계를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뤘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죠."

이 같은 영화의 분위기 탓인까? 영화 속 인물들은 좀처럼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는 인물 내면의 갈등보다는 법정 공방과 같은 객관적인 사실에 더 초점을 맞춘다. 사건 증거와 변호인의 말에 따라 흔들리는 박 검사의 겉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내적 갈등은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연기가 아니다.

"연기는 논리적 명제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보여주는 거죠. 문제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 감정을 드러낼 때 이 영화의 색깔이 이상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감정 없이 연기하면 통상 관객에게 전달이 잘 안 돼요. 그런 점이 힘들었죠. 연기를 정교하게 해야했습니다."

함께 연기한 장근석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2년 전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즐거운 인생'에서도 장근석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2년 전에 비해 씩씩해졌어요. 예전에는 애늙은이 같았는데 요즘은 자기 나이처럼 행동하죠. 만나면 연기 조언은 별로 안해요. 가끔씩 인생에 대해서는 조언하기도 하죠."(웃음)

그는 쉽지 않은 인물 박 검사를 소화하면서 하루에 담배 3~4갑을 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한편의 좋은 여행이었다는 말도 곁들였다.

"장근석도 그렇고 신승환도, 고창석도 연기를 참 잘했죠. 그들과 함께 한편의 좋은 여행을 한 듯한 느낌입니다. 감독님의 여행지가 독특해서 더욱 재밌는 여행이었죠."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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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