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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ㆍ동방신기, 가요계 기형구조 한계 노출
2009-08-09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동방신기 세 멤버와 SM엔터테인먼트의 전속 계약 분쟁은 대중음악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뜬 가수들은 음반기획사에 큰 돈을 벌어주는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음반기획사는 막대한 돈을 쓰고 키워놨더니 휘둘리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 차로 전속 계약 분쟁은 끊이지 않고 급기야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음악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러한 장치는 실효성이 없다.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가요계 현장과 법률 전문가를 통해 들어봤다.

◇가수ㆍ음반기획사, 기형적인 종속

인기 여성그룹이 소속된 음반기획사 대표는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데 3~5년이 걸리며 노래와 춤 레슨, 의식주, 헬스, 언어교육, 성형 등의 비용으로 3억~5억원이 들어간다"며 "캐스팅해 연습시킨 후 1집을 제작하고 활동을 마치는데까지 총 10억원이 든다. 자금력 있는 대형 기획사만이 아이돌 그룹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에는 기형적으로 성장한 국내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 연예인을 발굴하고 육성해 성공시킨 뒤 수익을 배분하는 모든 과정을 음반기획사가 담당해 기획사와 가수들이 강한 종속관계로 묶인다. '노예 계약'이라고 비판하는 계약서 조항들을 음반기획사가 채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전 회장인 최정환 변호사의 말이다.

최 변호사는 "현재 국내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1990년대 세상을 뜬 유명 매니저인 '배병수 식 모델'"이라며 "발굴, 육성, 성공까지 기획사가 연예인에게 100% 지원하고 연예인은 그 지원에 100%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가수가 되려면 스스로 음악 공부를 하고 동네 바 등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하다가 데모 테이프를 돌려 오디션 기회를 잡아 큰 무대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은 매니저에게 '픽 업' 되기를 원하고 기획사와 계약하면 '훈련시키고 성공시켜달라'며 숙식, 교육, 차량 등 모든 것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음반제작자들은 가수 육성에 장기간이 걸리고 100% 비용을 부담하면서 '그 가수는 내가 키웠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장기화하고 수익 배분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

연예 산업은 벤처 산업처럼 키운 10팀 중 성공 확률이 1~2팀에 불과하다. 위험 부담이 큰데다, 유일한 재산이 공들여 키운 연예인인 만큼 음반기획사가 가수의 이탈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몇십배의 위약금을 물게 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다.

◇연예 산업 이해한 입법 필요

한 아이돌 그룹의 남자 멤버는 "스타가 될 경우 대부분 계약서 내용에 불만을 가질 것"이라며 "식사를 거르고 수면 부족을 겪으며 육체 노동에 시달리는데,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다. 또 수익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요즘은 활동 경비를 제하고 수익을 배분하는데 경비의 구체적인 내역도 알려주지 않아 기획사를 불신하게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에서는 많은 기획사가 연예인에게 월급제로 보수를 지급한다.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요시모토흥업은 일정액의 월급을 준 후, 연예인이 버는 수익이 커지면 월급을 상향 조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30년대 '탤런트 에이전트 법'을 만들어 자격요건이 없는 기획사를 규제하고 윤리와 준수 의무를 뒀다.

최 변호사는 "고용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등이 만들어지듯이 연예인과 기획사가 공정한 계약 관계를 성립하도록 정부의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4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연예산업 발전을 위한 입법방향 토론회'에서 ▲매니지먼트 등록제 ▲표준계약서 ▲에이전시 자격제도 ▲에이전시의 제작업무 분리 ▲에이전시 대행 수수료 상한 등이 연예매니지먼트사업 법안의 골자로 거론된 바 있다.

현재 표준계약서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으로 제정됐지만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의견도 있다. 각자 상황이 다른 연예인들이 같은 내용으로 계약서에 사인한 뒤, '부속합의' 조항에 따라 일명 이면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을 육성 중인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표준계약서는 건강한 연예 산업을 만들기 위한 상징적인 시도이나, 연예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내용이어서 아쉽다"며 "대중음악 산업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는 가수와 기획사 모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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