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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미 "마음 흔드는 인물에게 내몸을 빌려줘"
2009-08-09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답답해하는 희진에게 내 몸을 빌려줘서 그 답답함을 터뜨려주고 싶었어요."

배우 남상미(25)가 지난해 드라마 '식객'의 진수 이후 택한 것은 공포영화 '불신지옥'의 희진이다. 영화는 '강력 3반' 이후 4년 만의 작품. 그리고 첫 주연이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남상미는 영화 속 지치고 어두운 희진과 달리 순정 명랑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사람 같았다.

지방에서 밤샘 촬영을 마치고 올라와 밥도 한 끼 못 먹고 이어진 몇 차례의 인터뷰에 지쳤을 법도 한데,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목소리는 통통 튄다.

"제가 에너지가 넘쳐요. 워낙 긍정적이고 씩씩하고 건강해요. 겁도 없고요. 이번 영화 찍기 전에 제작진 분들이 많이 힘들 거라고 걱정해 주셨는데, 전 별로 힘들지 않았거든요. 드라마 찍으면서 워낙 밤샘 촬영이나 빡빡한 스케줄에 익숙해져서인지, '이 정도 가지고 뭘…' 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크고 작은 부상에 허리 디스크까지 도져 '마음 빼고 다 다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맡은 역할이 워낙 어둡다 보니 감정에 빠지면 마음도 다치지 않았을까.

"스태프 분들이 옆에서 많이 위로해 주시고 챙겨주셨어요. 요새 예뻐졌던 소리를 부쩍 많이 듣는데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워낙 밝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여서 공포영화를 보는 것조차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은 "촬영이 너무 재미있었다"는 그의 대답에 무색해졌다.

"원래 공포 영화를 좋아해요. 예전에는 혼자서도 잘 봤는데 요즘은 혼자는 못 가겠더라고요. 하하. 현장이 너무 즐거워서 오히려 집에 돌아가면 외로울 정도였어요."

작품을 고를 때는 인물이 마음을 흔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그에게 '식객'의 진수와 '불신지옥'의 희진은 다르지 않다.

"둘 다 사연이 있어요. 진수에게는 엄마 때문에 꼭 음식 칼럼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고 희진이도 처한 상황 때문에 답답함이 꿈틀꿈틀하고 있었고요. 그 아이들에게 제 몸을 빌려주고 터뜨려주고 싶은 느낌이 저를 자극했죠."

종교가 없는 그는 자신을 믿는다고 했다. 또 사랑을 믿고 사람을 믿기 때문에 세상은 살 만한 곳이고 아름답다고 했다.

그의 낙천성은 의외의 성숙함과 맞닿아 있다. '불신지옥'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영화사 아침의 고(故) 정승혜 대표도 남상미를 처음 만나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성숙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4박5일 해외로 여행을 가면서 선글라스 7개를 챙겨 갔어요. 워낙 선글라스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7개를 몽땅 호텔에 두고 온 거예요. 보통은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리면 가슴도 아프고 잠도 못 잘 텐데, 전 '내 것이 아닌 건가 보지', '내 것이 아니니까 잃어버렸나 보지' 해요."

19살에 데뷔해 연기에만 바쳐 온 20대가 아쉬울 것 같은데도 그는 "후회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놓치는 건 분명히 있어요. 20대를 생각하면 작품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앞으로 하면 되잖아요. 연기를 하면서 10대 역을 맡아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고요. 워낙 긍정적이다 보니 후회도 잘 안 해요."

연기를 하면서 오히려 무뚝뚝한 성격도 바뀌고 감정 표현도 잘하게 됐다는 그는 "연기라는 게 참 좋다"며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행운아"라고 말한다.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30-40대가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이 참 부러워요. 그때가 되면 20대의 젊음이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제 미래가 어떨지 궁금하고 설레요."

eoyy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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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