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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박 "무서운 시간 지우고 음악만 할래요"
2009-08-05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34)을 둘러싼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지 일주일이 됐다.

지난달 말 어눌하고 무표정한 그의 얼굴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 후 '전 소속사로부터 감금ㆍ학대를 당했다', '공연 개런티를 수억원이나 받지 못했다'는 등의 소문은 꼬리를 물고 번졌다.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유진박'을 치면 '유진박 감금', '유진박 폭행' 등이 관련 검색어로 떴다.

화제의 중심에 선 그를 지난 1일과 5일 두 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미국 뉴욕 출생으로 영어가 더 쉬운 그는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말했다.

첫 만남 때 그는 "지난 일은 안 좋은 얘기니까 말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언급을 피했다. 최근 마친 미국 클럽 공연 등 음악 얘기를 할 때면 환하게 웃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급기야 네티즌은 '유진박을 살리자'며 온라인 구명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네티즌은 줄리아드 음대 출신으로 13세 때 링컨센터에서 공연하고 슈퍼볼 전야제에서도 공연했던 '천재' 음악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5일 오후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는 1999년부터 인연을 맺어 현재 함께 일하는 매니저 이모 씨도 함께 했다. '감금설'에 거명된 사람은 이씨와 다시 만나기 전 2년 반 가량 일한 다른 인물이다.

"처음에는 괜찮았어. 괴롭히지 않았어요. (군포) 여관방이 싫었어. 1년 안 되게 살았어. 지금 그 얘기만 하면 싫어요. 스트레스 받으니까."

한국어는 이름만 쓸 줄 안다는 그는 주어도 없는 짧은 문장을 이어갔다. '감금'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알지 못하는 듯했다.

"로드 매니저와 살면서 안 친했어. 음악을 자유롭게 하기 힘들어서 속상했어. 여관방 근처에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 볶음밥을 하루 한 두번 시켜 먹었어요. 가끔은 나갔어. PC방 갔을 때. 주머니에 계속 돈은 없었어요. 방에서 주로 TV를 봤어. (음악채널) MTV."

그는 전 매니저와 어떻게 헤어지게 됐느냐고 묻자 갑자기 이씨에게 "내가 거기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자장면 집 아저씨가 얘기했어?"라고 묻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미행을 해 유진박의 거처를 알아냈고, 유진박의 어머니와 함께 여관을 찾아갔다"고 했다.

"공연 무대에 올라가면 늘 좋아요. 하루 두세 차례 공연했어. 돈은 끝까지 안 받았어. 그때는 혼자라는 느낌이 좀 와서 무서웠어. 하지만 (2일) 공연에서 팬들이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이라는 플래카드를 써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는 "어머니에게 왜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냥 일한다고 생각했다"며 "휴대전화는 그때도 지금도 없다.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난 시간을 지우고 싶은가"라는 물음에는 "조금"이라며 "용서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유진박은 "이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음악 얘기"라며 인터뷰 장소에서 음악이 흐르는 스피커를 가리킨 뒤 "내가 이런 음악을 하고 싶었어. 얼터너티브 음악. 1990년대 미국에서 이런 음악이 인기 있었어. 어떤 사람들은 내가 클래식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다양한 장르를 연주해. 내가 사진 찍을 때 'V'를 그리는 건 존 레넌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V'는 평화를 뜻하니까"라고 웃었다.

그는 자신의 옆에 늘 있었으면 하는 세가지를 묻자 음악, 어머니,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는 팬을 꼽았다.

"나는 옛날 팬들이 많았을 때를 기억해요. 1996년 국내에 데뷔했을 때 하루 스케줄이 3~4개일 정도로 바빴어. 사실 TV에 나올 때 한국말을 잘 못하니 말보다 연주하는 게 더 좋았어. 팬들은 '유진박 씨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같이 더 큰 데서 공연하라'고 얘기해요. 나는 팬들이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알아요."

"남자로서 자립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 여자 친구는 만들 생각이 없다"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 할 때 기자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유진박 말고 요즘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중 눈에 띄는 사람 있어요?"

인터뷰 내내 온통 그의 관심은 음악이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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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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