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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긍정의 힘 주는 애니 만들고파"
2009-08-05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호소다 마모루(細田守.42)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가진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성장'을 주제로 첫사랑의 짜릿함을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이 작품은 제39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장편작품상을 받는 등 10여 곳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1999년 극장판 '디지몬 어드벤처'로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3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3번째 작품 '썸머워즈'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만난 그는 "한국 방문은 3번째"라며 "음식이 맛나고, 습하지 않아 여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좀 더 다양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SF물이나 미소녀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하 애니),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로 한정돼 있다. 팬들만을 위한 애니를 만드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좀 더 다양한 가치관을 담고, 보편적으로 많은 이가 즐기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애니는 표현의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한국 팬들이 좋아해 주셔서 영광이다. 그 애니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부분들, 이를테면 미래를 꿈꾸는 마음, 과거를 후회하는 마음과 같은 것이 작품 속에 구현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썸머워즈'는 소재부터 주제까지 전작과 좀 다른데.

▲착안할 때부터 디지털과 대가족을 대비해 보여주려 했다. 지금 일본은 핵가족 경향으로 말미암아 전통의 해체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지금 가족과는 다른 대가족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 가족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이뤄내는 일을 그려보고 싶었다. 사회가 변화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가족이다.

--애니에서 전통적 질서와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이 충돌한다.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글로벌한 이미지를 구현해내고 싶었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이 즐기는 '팝 문화' 같은 것 말이다. 어차피 기술이 진화하면 사이버스페이스는 우리 생활에 밀착할 수밖에 없다. 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불안한 측면도 있지만 편리한 부분도 있다. 양가적이라는 말이다. 이 같은 두 가지 속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건 현대인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현대 기술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려 한 건 아니다.

--애니에 등장하는 '우에다 전투'나 '다케다 신켄' 등의 고사는 한국 관객에게 낯설다.

▲(웃음) 그건 일본 사람들도 잘 모르는 역사다. 어떤 나라든 싸움이나 전투에 참여한 가족이 있고, 선조가 있다. 그들 덕택에 현재의 어려움을 대처해 나갈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역사, 조상의 역사가 현재의 나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니의 장점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의 상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기적인 불황이나 거듭된 혼란으로 현대를 살아가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런 시대에 애니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 긍정의 힘을 줄 수 있는 애니를 만들고 싶다.

--어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나.

▲일본 애니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장르지만 '판타지아'(1940)처럼 오래된 디즈니의 애니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일본 애니에는 옛 디즈니가 가진 보편적인 미 의식이 없다. 이제 일본도 그러한 미 의식을 만들어갈 때가 됐다. 한국도 보편적인 미 의식에 기초한 애니를 만든다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관객에게 바라는 점은.

▲'썸머워즈'는 어린아이부터 89세 할머니까지 전 연령대의 등장인물이 각각 주인공인 영화다. 가족 구성원들이 손잡고 보셨으면 좋겠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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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