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두렵기도 하지만 정말 기대되고 설렙니다."
윤은혜(25)가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2007년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에서 남장 여자 연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그가 내달 19일 첫선을 보이는 KBS 2TV '아가씨를 부탁해'로 2년 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한다.
'아가씨를 부탁해'는 재벌가의 철부지 상속녀 강혜나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강혜나를 둘러싸고 돈만 아는 집사와 능력 있는 변호사의 삼각관계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로 윤상현, 정일우가 윤은혜와 호흡을 맞춘다.
첫 촬영을 앞둔 윤은혜를 20일 만났다. 옆머리를 얼굴 선까지 짧게 치고 대신 뒷머리는 길러 묶은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나타난 그는 "극 중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 이런 헤어스타일을 생각해냈다"며 활짝 웃었다.
'궁'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커프'로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준 윤은혜는 쉬는 동안 한결 성숙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만 스물다섯. 그는 제작자들이 가장 잡고 싶어하는 여배우로 떠올라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 뭐하고 지냈나.
▲2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광고, 화보 촬영 등 끊임없이 일하느라 일주일도 제대로 못 쉰 채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사실은 몇 개월 안 지난 것 같다.
--차기작을 너무 신중하게 고른 것은 아닌가.
▲처음 1년은 그냥 '좋은 작품 해야지' 싶었는데 그 후로는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실패를 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가씨를 부탁해'는 8개월 전에 결정한 작품이다. 꼭 맞는 옷은 아니지만 조금 수선하면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고 입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궁',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프'를 거치며 흥행 보증수표로 떠올랐는데.
▲시청률이 10%가 나와도 '흥행했다'고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웃음) 사실 난 시청률이 30~40% 간 적이 없다. 그런데 매번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끝나고 나서 여운이 길고 오래 남는 작품들을 했던 덕인 것 같다. 운이 좋았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했는데 그게 대중의 생각이나 취향과 그때마다 잘 맞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시청률보다는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제발 즐거운 촬영이 되길 바란다.
--'궁'과 '커프'로 두 번의 전환점을 맞았는데.
▲'궁'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큰 전환점이 됐던 것은 맞다. 그러나 '커프'는 전환점까지는 잘 모르겠고 '연기가 이런 거구나', '이렇게까지 빠져들어야 하는구나'를 느끼게 했다. 그동안은 여유가 없었는데 그 작품을 통해 연기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부족했지만,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남장여자 연기가 긴장되기는 했지만, 감독님이 전적으로 믿어줘 어렵지는 않았다.
--'아가씨를 부탁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나.
▲철없고 이기적이며 놀기만 좋아하는 재벌가 상속녀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서 통제 불가능한데, 패리스 힐튼 같은 여자다. 실제의 나보다 좀 어려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윤은혜만의 색깔이 또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내가 여자가 됐고, 연기자로서도 조금은 성숙해졌다는 것, 그리고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면 시청률과 상관없이 성공일 것 같다. 재벌 상속녀라 지금까지 중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 드릴 것이다. (웃음) 처음에는 2년이나 쉬었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이제는 날 조금 풀어줘도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 있어 보인다. 당찬 성격인가.
▲소심하고 걱정이 많다. 상처도 잘 받는다. 자신감은 전혀 없다. 항상 두렵다. 이쪽 일을 하면서는 주변의 반응과 시선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점점 소심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연예계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 그때마다 난 "내 미래가 행복할 것"이라고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 힘들 때와 기쁠 때가 극과 극의 지점에 놓인다. 그 중간은 없다.
--연예계 데뷔 만 10년이다. 지난 시간은 어떠했나.
▲미술학도를 꿈꾸다 15살에 길거리 캐스팅으로 모델 일을 하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베이비복스의 멤버가 됐다. 처음 5년은 기억도 안 난다. 다만, 준비없이 데뷔해 힘들었고, 무엇을 하든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연기도 멋모르고 시작했다. 내가 연기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연기를 책임감을 느끼고 해야 할 시기다. 공부도 많이 하고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있다. 한해 한해 조금씩 배워왔다. 일하면서 상처는 여전히 받지만 조금씩 단단해진 것 같다.
--욕심이 많은가.
▲별로 없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안 부린다. 그런데 그렇게 욕심을 안 부리는 모습을 오히려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지금은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연기가 이제 내 삶에 들어와 즐기는 단계다. 완전히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 고민도 정말 많지만,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냥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꾼다.
--스물다섯 윤은혜는 시간이 날 때 무엇을 하나.
▲그림을 그리고 요리하고 재봉틀을 돌리며 옷을 만든다. 다 여성적인 취미라 놀라워하는 분들이 많다. (웃음) 평소에 친구 만날 시간이 없어 함께 밥 먹고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전시회 하라는 제안이 많은데 아직은 여유가 없다. 기회가 되면 그림 공부를 하고 싶다.
--연애는 안 하나. 김종국과 열애설도 있던데.
▲하고 싶다. 마음 놓고 데이트도 하고 싶다. 그러나 요즘에는 연기로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 지금은 연애보다는 내 삶을 사는 것이 즐겁다. 김종국 씨와는 친하지만, 밖에서 밥 한 번 먹은 적이 없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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