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 대표는 그룹 원타임의 테디(본명 박홍준ㆍ31)를 '오른팔'이라고 말한다. 올해 상반기 YG 가수들의 히트곡 대부분을 써낸 프로듀서 테디가 'YG 생산 라인'의 '수훈 공장장'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테디는 상반기에만 빅뱅과 투애니원이 함께 부른 광고음악 '롤리팝(Lollipop)', 투애니원의 '파이어(Fire)'와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를 작곡해 모두 각종 음악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수년간 원타임, 세븐, 빅뱅, 태양 등 YG 가수들의 히트곡을 썼지만 최근 성공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가요계 흐름의 선두에 섰다.
최근 합정동 YG 사무실에서 챙이 빳빳한 힙합 모자를 쓴 테디를 만났다. 그와 인터뷰 하는 1시간 반 동안 미국에서 귀국한 세븐과 일본에 머물다 잠시 들른 빅뱅의 지-드래곤이 테디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히트작의 성공 요인을 꼽아달라고 하자 '뉴 힙합 제너레이션'이라고 칭한 후배들의 공으로 돌렸다.
"빅뱅과 투애니원은 새로운 힙합 세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힙합 음악을 듣고 자라 이미 몸에 그 리듬이 배어있는 친구들이죠. 제가 만든 음악은 이들의 필터를 거쳐 각자의 방식으로 개성있게 표현되고 있어요. 힙합 요소가 내재된 친구들이니 하우스, 록, 레게를 접목해도 소화가 가능한거죠."
여러 후배들 중 투애니원은 그에게 각별하다. 최근 투애니원이 발표한 첫 미니음반의 전체 프로듀서를 맡아 음악 뿐 아니라 안무, 뮤직비디오, 패션과 머리 스타일 등의 이미지 작업까지 구석구석 손댔기 때문이다.
그중 음악은 99% 만족도를 목표로 작업했다. 밋밋한 힙합, 그저그런 R&B가 아니라 생뚱맞고 신선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원타임이라는 가수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 때와 달리 작업 내내 사심을 버리고 객관성을 유지하려 애썼고, 해외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사실 투애니원은 원석을 다듬은 과정이 계속 됐어요. 투애니원의 박봄은 노래하는 방식이 변칙이었는데 제 색깔을 찾았고, 다라는 여자로서 예뻐보이지 않을 '파이어'의 인도풍 랩 부분에 도전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잠재력은 무궁무진한데, 뭔가에 눌려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친구들이 저와 작업하며 확신을 갖고 결국 해낼 때는 무척 흐뭇해요."
그는 히트곡이 태어난 과정도 소개했다. 여자에 대한 남자의 이기적인 마음을 노래한 태양의 '나만 바라봐', 이런 남자에 대한 여자의 당당함을 노래한 '아이 돈트 케어'는 연인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친구들과의 가벼운 대화 속에서 나왔다. '파이어'는 오랜 고심 끝에 떡두꺼비처럼 한순간에 머리에서 터져나온 곡이라고 했다.
테디가 자유로이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사람은 양 대표다. 테디는 "199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 방에서 현석이 형이 보는 가운데 오디션을 보던 순간의 떨림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보기 한달 전 로스앤젤레스의 한 쇼핑몰에서 현석이 형을 우연히 봤죠. 고등학생이던 저는 사인도 받고 악수도 하고 싶어 코 앞까지 다가갔는데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첫 인상은 다가갈 수 없는 차가운 분이었어요."
친한 작곡가 형을 통해 운 좋게 오디션을 본 그는 합격한 지 2개월 만에 미국에서 갖고 있던 모든 걸 버리고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998년 원타임으로 데뷔했다.
작곡한 곡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건 2000년 원타임 2집 수록곡 '원 러브(One Love)'. 그는 "원타임의 1집 프로듀서였던 페리 형의 어깨너머로 작곡을 배웠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2년 친 것 외에는 화성악도 배우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잠자기 전에도 혼자 비트박스를 하며 영적인 부분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으로만 그치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음악을 넘어 의상, 머리 스타일, 춤 등 생활 속에서 문화의 흐름을 대표하는 아이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지-드래곤과 동대문 패션상가에 갔는데 온통 '빅뱅 스타일'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빅뱅이 '단순히 노래만 하는 가수가 아니구나'라고 새삼 느꼈죠. 음악이 사랑받으면서 빅뱅 탑의 선글라스가 유행하고, 다라의 머리스타일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인생에서 '얼리 어댑터'를 추구한다"는 그는 "'음악, 패션 모두 이건 어떤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며 "나는 세상의 기준이 미(美)다. '아름다운가, 아닌가'에 눈과 귀가 민감하다. 악기, 운동화 하나를 사도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물건인지 살핀다"고 웃었다.
2005년 5집 이후 오진환의 입대 등으로 활동이 중단된 원타임의 방향도 물었다.
"해체는 아니고 기약이 없는거죠. 원타임 음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고 멤버 대니의 솔로 음반이 나올 겁니다. 예전 2집 활동이 한창일 때 용하다는 분께 사주를 보러 갔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한발짝 뒤에 서 있는게 더 적성에 잘 맞다'고 하더군요. 하하."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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