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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칸 "한국말 배워 韓서 영화 찍고파"
2009-06-10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세계적인 한국계 뮤직비디오 감독 조셉 칸(본명 안준희.36)은 "손에 땀이 많이 난다"며 손바닥을 바지에 닦고 나서 악수를 청했다.

10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비 온 뒤 다소 서늘한 초여름 날씨에도 검은색 가죽 재킷을 걸쳤다. 비즈니스 차 3박4일 일정으로 고국에 왔다는 그는 "2001년 이후 8년 만에 온 한국이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다"며 시종일관 유쾌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그는 미국 팝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힌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재닛 잭슨, 에미넴, 데스티니스 차일드,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스타들이 그와 작업했다. 또 보아의 미국 1집 타이틀곡 '아이 디드 잇 포 러브(I Did It For Love)' 뮤직비디오도 그의 작품이다.

화려한 수상 경력도 자랑이다.

1998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브랜디&모니카의 '더 보이 이즈 마인(The Boy is Mine)' 뮤직비디오로 최우수 비디오상을 수상한 게 유명세의 시작. 이어 2002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에미넴의 '위드아웃 미(Without Me)' 뮤직비디오로 최우수 비디오상과 최우수 감독상, 2004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톡식(Toxic)' 뮤직비디오로 최우수 비디오상을 거머쥐었다. 할리우드로 진출해 2004년 오토바이 소재 액션영화 '토크(Torque)'로 감독 데뷔도 했다.

그는 한국 비즈니스 파트너인 붐치크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 논의, 삼성전자와 CJ미디어 등 국내 주요 기업과의 미팅,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과의 미팅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재미교포 2세로서 그의 성공 스토리가 궁금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3살 때 미국, 5살 때 이탈리아로 건너갔어요, 9살 때 미국 텍사스로 다시 와 17살 때까지 살았죠. 미국 뉴욕대(NYU)에 진학해 1년 반을 다니다 그만두고 텍사스의 한 극장에서 팝콘 파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이후 필름 비즈니스에 관심을 두게 됐고 1993년 게토 보이스의 뮤직비디오가 첫번째 작품이었죠."

1995년 로스앤젤레스로 온 그는 14년간 400여 편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하지만 동양인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았을 터.

"데뷔 초기, 록 비디오를 찍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5천 달러로 찍을 수 있는 게 랩 비디오밖에 없었다. 제작비가 적어 위험한 동네에서 촬영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당초 꿈은 의사, 만화가였다.

"의사가 됐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손에 땀이 많아 수술 도구를 떨어뜨려 다칠 수 있으니까요. 만화가도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못 그렸죠. 하지만 필름 메이킹은 제가 시키기만 하면 되잖아요. 하하."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팝스타로 에미넴을 꼽았다. 최근 발매된 에미넴의 새음반 첫 싱글 '위 메이드 유(We Made You)'의 독특한 뮤직비디오도 그가 작업했다.

"에미넴과는 함께 노는 것처럼 즐기며 촬영해요. 보통 다른 아티스트는 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계획을 짜지만, 아이디어가 많은 에미넴과는 즉흥적으로 작업하죠."

이어 그는 보아와 작업한 소감도 얘기했다. 그는 "한국인은 보아를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극찬했다.

"보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보다 춤을 잘 춰요. 뮤직비디오도 춤의 어려운 동작을 부각시켜 단순하게 찍고 싶었죠. 보통 가수들은 특정 스텝을 반복하는데 보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하고 어려운 춤을 소화했어요. 최근에 본 팝스타 중 춤을 가장 잘 추는 여자 가수였습니다."

팝 시장에서 보아 등 동양인의 성공 가능성도 물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죠. 외모가 좋은 데다, 다른 인종이 갖지 않은 재능도 탁월하니까요. 요즘 한국에서는 미국 교포들의 활동이 많은데, 이들은 언어가 되니 한국에서 트레이닝 받은 후 미국에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겁니다. 영국식 악센트가 강한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노력 끝에 미국식 악센트로 바꿨듯이 한국인들도 언어 문제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죠."

그는 뮤직비디오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 광고, 영화 등 다양한 영상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영화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년에는 두 가지 작품을 구상 중이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Neuromancer)'를 원작으로 한 SF액션물과 하이스쿨 코미디물 중 어떤 작업을 먼저 할지는 고민 중이다.

그는 "뮤직비디오와 영화는 100m 달리기와 마라톤에 비교할 수 있다"며 "성공하려면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쓰러지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여느 감독과 다른 점은 실패하더라도 그만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성공했다기보다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괴물'을 인상적으로 봤다는 그는 "한국 영화 스타일을 배우고 내 작품에 접목하고 싶다. 한국 영화는 코미디, 공포, 액션이 고루 섞였다. 한국 음식도 맵고 달지 않나. '토크'에서도 여러 장르를 섞었는데 미국인들에게는 너무 매웠나 보다"고 웃었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있는지 물었다.

"먼저, 25억짜리 뮤직비디오도 찍어봤다는 점이 아니라 작품의 질에 대한 자부심은 늘 느껴요. 장래에는 한국에서 한국영화를 찍고 싶어요. 지금은 한국말의 단어는 알지만 단어를 조합하면 문장의 뜻을 모르는 수준이죠. 몇년간 한국말을 배워 액션 코미디 영화를 찍고 싶어요."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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