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심사위원상을 안긴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24일(현지시간)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박쥐'를 비롯해 역대 최다인 10편이 초청된 한국 영화는 영화제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을 내며 호평받았다.
한국 영화 총 매출이 2004년 이후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 200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발표에서 나타나듯 최근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던 한국 영화가 '박쥐'의 수상과 함께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속 스캔들'과 '워낭소리'의 흥행에도 올 1-3월 한국영화는 극장 관객수가 전년 대비 19%(영화진흥위원회 자료) 감소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칸 영화제 기간 '박쥐'가 관객 200만 명, '7급 공무원'이 3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최근 한국 영화에 관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칸 영화제는 한국 영화계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장 수상작 '박쥐'의 흥행 지속 여부와 함께 28일 개봉 예정인 '마더'가 칸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국내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을 끈다.
수상이나 흥행 여부를 떠나 세계 최고 영화제엔 칸 영화제에 10편이 초청돼 호평받은 것은 한국 영화가 건재함을 확인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우 송강호도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며 최고의 영화제에서 세계적인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자체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박쥐'가 심사위원상까지 받음으로써 한국 영화는 그 위상을 더욱 드높이게 됐다.
2007년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의 이창동 감독이 1994년 고(故) 신상옥 감독에 이어 한국 영화인으로는 2번째로 공식 경쟁부문 심사를 맡은 것도 한국 영화에 대한 칸의 예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박쥐'를 필두로 여러 부문에 두루 포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 대열에 합류, '올드보이'의 쾌거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4번째로 칸에 초대된 송강호도 세계적인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으며 김옥빈은 신예답지 않은 당당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혜자 주연의 '마더'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한국 영화를 대표하며 '박쥐'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2006년 감독주간에 오른 '괴물', 지난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오른 '도쿄!'에 이어 또다시 칸을 찾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경쟁 부문에 나가도 손색이 없다"는 극찬을 받았다.
주요 부문인 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외에 여러 부문에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준 것도 큰 수확이다.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우니 르콩트 감독의 한국-프랑스 합작 영화 '여행자'는 각각 감독주간과 비경쟁 특별 상영 부문을 빛낸 영화로 평가받았다.
칸 클래식 부문에는 고(故) 신상옥 감독의 '연산군'(칸 클래식)이 초청돼 '열녀문', '하녀'에 이어 3년 연속 한국 영화의 전통을 알렸다.
최근 국내에서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 등 독립영화가 성공을 거둔 가운데 칸을 찾은 작은 규모 영화들의 활약한 것도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큰 성과이다.
장편 뿐만 아니라 단편,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이 칸을 찾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세계의 신예 감독들과 겨룬 '남매의 집'은 3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켓에서도 희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경제 위기와 신종 플루 등으로 칸 영화제와 함께 열린 마켓도 위축됐지만 한국 영화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박쥐'와 '마더'가 각국에 판매되고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제의가 이어졌으며 국내 흥행작인 '7급 공무원'이 아시아권 10개국에 판매되는 등 수출 소식이 이어졌다. 또 '해운대' 등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의 선판매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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