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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조 "아시아계 배우들 'NO'할 줄 알아야"
2009-05-11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7일 개봉된 영화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다양한 국적의 승무원들이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 안팎에서 펼치는 활약을 그린다. 그중에서도 1등 항해사 술루는 빠른 판단력과 화려한 검술 실력을 보여주는 눈에 띄는 조연이다.

이 일본인 항해사 술루를 연기한 배우는 '아메리칸 파이', '해롤드와 쿠마' 등을 거치며 할리우드에서 주연급 배우로 자리잡은 한국계 미국인 존 조(36)다.

11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존 조는 영화 속 술루처럼 가벼운 질문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날카롭고 진지한 배우였다.

그는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스타트렉:더 비기닝'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에이전트에게 연락할 정도로 배역을 따내려고 적극 나섰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아시아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거의 없었는데 '스타트렉'은 예외적이었죠. 또 어렸을 때 남동생과 함께 2가지 놀이를 많이 했는데, 하나는 우주선을 운행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검술이었어요. 그 2가지를 모두 '스타트렉'에서 할 수 있게 된 거죠."

존 조는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로 활동하는 데 대한 정체성과 신념이 분명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나 TV드라마 속 아시아 캐릭터의 이미지를 바꾸려면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아시아계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가 가장 힘을 낼 수 있는 일은 '노(No)'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젊은 배우들은 영화사가 요구하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아시아 배우들이 나쁜 쪽으로 고정된 배역을 거절한다면 그런 캐릭터가 사라지겠죠."

존 조는 제작자들의 체면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는 없지만 자신이 직접 목소리를 내 캐릭터를 변화시킨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자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잘못된 묘사를 하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촬영 현장에서 이런 점은 아시아인으로서 모욕적이라고 지적했더니 대본이 바뀐 적이 있어요. 젊은 배우들이 겁내지 않고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스타트렉'에서 술루 역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어떤 억양을 써야하는, 국적이 중요한 역할들이 있어요. 저 역시 '매시'라는 드라마에서 일본 배우들이 한국어 억양을 잘못 써서 화가 난 적이 있죠. 그러나 캐릭터 자체의 특성이 더욱 중요해 국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배역들도 있습니다. 술루가 그런 면에서 적합했죠."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1978년 부모와 함께 도미한 이후 3번째다. 청소년기에 방문했던 것을 제외하고 영화배우로서 찾아온 것은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이번이 2번째다. 그는 부모님 덕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한국을 떠난 이후 한국은 많이 변했지만 부모님은 변하지 않았죠. 정체성이란 것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저 역시 한국인으로서, 미국인으로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에 왔더니 길거리에 한국인들이 많아 스스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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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