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의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칸 영화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최근 불어닥친 신종플루의 공포에도 13일부터 24일까지 12일간 프랑스 칸에서 화려한 잔치를 벌인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는 베를린과 베니스영화제가 주춤하는 것과는 달리 해가 갈수록 영향력을 더하며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올해 경쟁부문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영화로 가득 채워져 칸 영화제의 권위를 과시한다. 한국 영화는 칸 도전 사상 최다인 10편이 올해 초청돼 한국 영화계로서도 각별히 기대되는 축제다.
◇'별들의 전쟁' 경쟁 부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다투는 경쟁 부문 후보작에는 칸의 단골손님들이 대거 포진했다.
1994년 '펄프픽션'으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2차 세계대전을 그린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Inglourious Bastards)'를 선보인다.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2004년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타란티노는 2007년에는 '데쓰 프루프'를 출품했으며 지난해에는 마스터클래스를 여는 등 칸과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또 1969년 제1회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을 배경으로 한 리안(李安)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톡(Taking Woodstock)'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브로큰 임브레이시스(Broken Embraces)'도 강력한 경쟁작이다.
이와 함께 제인 캠피온의 '브라이트 스타(Bright Star)', 켄 로치의 '루킹 포 에릭(Looking for Eric)',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 등 과거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들의 신작도 대거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박쥐'로 이들과 경쟁하는 박찬욱 감독이 "나란히 있는 이름들이 무게가 대단해 벌써 상이라도 받은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20편의 면면이 화려하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더 타임 댓 리메인스(The Time that Remains)의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도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받는 등 칸의 이방인이 아니다.
◇아시아 약진ㆍ할리우드 약세
경쟁 부문에서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유럽 영화가 과반수를 차지한 가운데 아시아의 약진이 눈에 띈다.
'박쥐' 외에 홍콩 두치펑(두기봉ㆍ杜琪峰)의 '복수(Vengeance)', 중국 로예(婁燁)의 '스프링 피버(Spring Fever), 필리핀 브리얀테 멘도사의 '키나테이(Kinatay)',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의 '페이스'(Face) 등이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은 박찬욱 감독 외에도 봉준호 감독의 '마더'(주목할만한 시선),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감독주간) 등을 비롯해 10편이 칸에 가게 됐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은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에 포함됐다.
반면 최근 몇 년간 활약이 두드러졌던 할리우드는 힘이 빠졌다. 지난해만 해도 '체인질링'과 '체'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등 활기를 띠었으나 올해에는 초청작이 크게 줄었다.
부시 정부의 외교 정책 실패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으며 할리우드 작가 파업의 여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황으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도 칸 영화제 관련 예산을 축소했다.
장편 경쟁부문에는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서 자란 리안 감독을 제외하고는 타란티노 감독이 유일한 할리우드 출신이다. 그 외 샘 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ㆍ미드나잇 부문), 테리 길리엄 연출작이자 히스 레저의 유작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비경쟁 부문)' 정도가 눈에 띈다.
◇칸을 빛낼 스타들
할리우드 영화들의 약세에도 세계 각국 영화 팬들의 눈은 스타들의 발길이 이어질 칸의 레드카펫을 향하고 있다.
경쟁 부문에서는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의 브래드 피트와 '브로큰 임브레이시스'의 페넬로페 크루즈가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으로는 조니 뎁, 콜린 패럴, 주드 로가 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축구스타 마라도나와 '핵주먹' 타이슨이 칸을 찾았다면 올해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축구스타 에릭 칸토나가 화제를 모을 만하다. 그는 열성 축구팬의 이야기를 그린 켄 로치 감독의 '루킹 포 에릭'에 직접 출연했다.
또 프랑스를 대표하는 제라르 드파르디유도 경쟁 부문 초청작인 자비에 지아놀리 감독의 '앳 더 비기닝(At the Beginning)으로 칸을 찾을 예정이다.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맡았다.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 터키 감독 누리 빌제 세일란, 미국 감독 제임스 그레이, 미국 배우 로빈 라이트 펜, 중국 배우 수치(서기,舒淇) 등도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중국 여배우 장쯔이는 단편 및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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