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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너무 깨끗해 낯설어”

<하수구>의 감독 안토니오 쉐라드 산체스

“아 정말 부끄럽다. 안 봤으면 보지 말아 달라”.

안토니오 쉐라드 산체스 감독이 이 번 작품이 부끄럽다며 온통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 그런데 그가 쑥스러워할 뿐이지 영화가 못난 것은 아니다. 올해 8월이면 25살이 되는 이 젊은 필리핀 감독은 두 번째 영화 <하수구>를 들고 전주에 왔다. 첫 번째 영화 <타자들의 짜여진 이야기>(다른 국내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한글 제목은 <점성술사와 빨치산>)이었다)는 분명 신출내기 티가 나지만 기이한 리듬으로 출렁거리는 영화였다.

<하수구>는 시적이다. “<하수구>는 푼타 두말라그라는 마을에 관한 것이다. 도시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마을 사람들을 쫓아내고 아이들을 몰아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마을을 떠나기 싫어 하수구로 숨는다. 정치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지만 이 영화가 그것에 대한 은유로 읽히기를 바랐다”고 그는 말한다. 타르코프스키, 미카엘 하네케, 장 마리 스트라우브-다니엘 위예의 영화에 공감하며 음악과 미술을 떠돌다가 자기가 다루고 싶은 주제인 ‘자유’를 말하기 위해 영화로 정착한 안토니오 쉐라드 산체스. 그에게 전주영화제의 인상을 물으니 도시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 “필리핀보다 너무 깨끗해서 보기에 좀 낯설다”고. <하수구>를 보고 나면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게 된다. 그는 정돈되지 않은 대지에도 존경할 만한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기에 이 외지의 깨끗함이 낯설 수밖에 없다.

사진 김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