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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법 이야기가 들리네”
안현진(LA 통신원) 2009-05-06

<호묘>의 감독 잉량

2007년 <다른 반쪽>으로 처음 전주를 찾았을 때, 잉량은 이렇게 말했다. “창작자는 지역의 현실을 전할 책임이 있다.” 2년 뒤 그 사명감은 조금 가벼워졌다. 개인의 문제를 큰 규모로 확장시키는 솜씨야 여전하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작은 이야기를 통해 자유로운 소통을 만들어내는 거다.

10만위안이 채 안되는 예산을 가지고 완성한 <호묘> 역시 이런 태도에서 시작했다. <호묘>는 상하이와 같은 연안지방에 비해 뒤늦게 개발열풍이 불어닥친 스촨의 쓸쓸한 오늘을 그린 감독의 세번째 영화다. 유난히 거리를 두고 인물을 바라본 카메라에 대해 묻자, 멀리서 바라보거나 지나쳐버리는 풍경처럼 관객이 영화와 만나기를 바랐단다. 상업영화의 클로즈업이 주는 부담에서 벗어나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가지도록 말이다.

네번째 영화도 스촨에서 찍었다는 잉량에게 그 도시는 어떤 느낌일까? 영화 속 부동산 깡패들이 “시칠리안” “선라이즈” 같은 생뚱맞은 외래어를 들먹이는 것처럼 ‘황당하고 과장된’ 부조화가 느껴진단다. 삽입곡을 연주하는 록밴드가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설정도 이런 감정을 전달하려고 각본 단계에서 고안한 아이디어다. 영화를 본 사람들마다 같은 질문을 던져온다는데, “성공했다”며 그가 웃었다. 사회 문제를 다루지만 이야기의 출발은 주변이라는 상하이 출신의 젊은 감독이 스촨에 머문지도 벌써 9년째다. 전작들이 비해 대사량가 많아진 이유도 “이젠 제법 이야기들이 들리는 덕분”이라고. 촌락이 전해준 이야기로 빚어낸 그의 다음 영화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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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