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부활>이 원작인 스리랑카 영화 <영혼의 어두운 밤>은, 감독 프라사나 비타나게가 1996년에 만든 그의 두 번째 영화다. 성공한 중년 스위살이 배심원으로 참여한 재판에서 피고로 나온 매춘부가 그가 오래전 상처를 입힌 소녀 피윰이라는 것을 알아보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준비한 특별전의 상영작 중 한편이다. 5월5일 전주시네마타운 7관에서 두 번의 상영 중 첫 선을 보인 <영혼의 어두운 밤>은 감독의 영화소개로 시작했고, 상영 뒤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에 대한 질문이었다. 원작에서 주인공이 목숨을 바쳐 구원을 얻는 것과 달리, 영화에서 스위살은 끝내 용서 받지 못한다. “<부활>은 저주, 용서, 후회의 세 가지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는 해제로 입을 연 프라사나 감독은 “지식인들이 세운 스리랑카 정부와 많은 문제를 일으켜 온 좌파 세력이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음을 반영하고 싶었다”며, 이런 결말을 통해 “고통이 무엇인지 잘못이 무엇인지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눈물’이라는 슬픈 별명을 가진 스리랑카의 근대사에 대한 설명은 계속됐다. “1948년 독립을 선언 한 뒤 30년 간 수차례 폭동을 겪었다. 가장 큰 폭동은 경제적 기회가 불균등한 것에 분노한 농민들이 일어선 사건이었다. 그 뒤 오랫동안 스리랑카는 내부적으로 홍역을 앓았고, 그 과정에서 30만명이 죽어나갔다”
한 차례 역사 수업이 지나간 뒤 객석에서 기다렸다는 듯 손이 올라왔다.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시적인 은유가 아름다운 <영혼의 어두운 밤>은 성경에서 죄를 인정하고 영혼을 들여다보라는 글을 읽고 떠올린 제목. 매춘부였던 피윰이 유죄를 선고받는 과정이 지나치게 수월했음을 지적하며 “스리랑카의 계층 문제”를 묻는 질문이 뒤를 이었다. 감독은 스리랑카는 아직도 사회적 계층이 존재한다며, 영화 속에서 피윰의 아버지가 주인인 스위살에게 잘못을 따지지 못하는 모습을 예로 들었다.
주인공의 뒷이야기도 관객에게는 궁금했던 모양이다. 약혼녀가 스위살과 결혼했을까를 묻는 질문에 감독은 “스위살은 여전히 고독하게 살아가겠지만,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라는 대답을 끝으로 진지하게 진행된 GV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