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JIFF Daily > 제10회(2009) > 추천영화
현대 중국에 대한 씁쓸한 초상화 <호묘>
김성훈 2009-05-05

호묘 Good Cats 잉량|중국|2008년|103분|메가박스6/오후 2시30분

잉량 감독의 세 번째 장편 <호묘>는 개발이 한창인 현대 중국에 대한 씁쓸한 초상화다. 개발 열풍에 휩싸인 중국 쓰촨성의 어느 시골마을. 루오 리앙은 가난한 인민들을 착취하며 부동산 사업을 벌이는 한 건설회사 사장 밑에서 일하는 청년이다. 불도저식 개발로 인해 고통 받는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무조선 실행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사장의 가르침은 리앙의 삶을 더욱 각박하게 만든다. 가정도 그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 아내는 늘 자신에게 불만이고, 정신적 지주였던 삼촌은 돈 때문에 자살한다. 역설적으로 그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상대는 역시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마사지걸 뿐이다.

감독은 정신병적인 개발논리에 사로잡힌 현대 중국인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다. 사무실 안에서 쥐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쥐 소리가 난다며 단체로 쥐를 찾는데, 느닷없는 상황 탓인지 꽤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그 장면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감독은 물질에 사로잡혀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씁쓸함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런 의도에서 희화화했을 것이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공사부지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는 사장의 모습과 마사지걸 일당으로부터 린치를 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극대화된다. 또한, 매 시퀀스마다 등장하는 록밴드의 등장은 인물들을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익명화, 도구화시킨다. 마치 소품처럼 말이다. 이는 익명화되어 가는 현대 중국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영화 제작 1년 후, 영화의 배경인 쓰촨성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에 사로잡힌 현대 중국에 내리는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2007년 전주영화제 우석상을 수상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