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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중심의 저예산 상업영화를 모색한다
김성훈 2009-05-02

제1회 전주프로젝트 마켓, 5월1일부터 5월7일까지 열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처음으로 프로젝트 마켓을 열었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영화제와 마켓을 병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민병록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제1회 전주프로젝트 마켓’(이하, 전주마켓)은 지난 10년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전주의 야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래서일까. 전주마켓은 올해 처음 시작하는 ‘전주 프로젝트 프로모션’과 지난 3년간 운영해 온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을 통합했나보다.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되는 해외영화에겐 국내진출의 기회를, 한국영화에게는 해외진출의 기회를 주기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늘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프로그램을 꾸려온 전주가 야심차게 준비한, 그리고 새롭게 시도하려는 마켓은 어떤 모습일까.

프로듀서 중심으로 체질 개선

가장 눈에 띄는 건 ‘프로듀서 피칭’(Producer Pitching, 5월2일 오후1시 전주영화제작소 4층 디지털독립영화관)이다. 기존의 마켓들이 감독 중심이라면 이번 마켓은 프로듀서 중심이다. 이것은 그간 감독중심으로 운영된 한국영화산업을 체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인을 위주로 자격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인지 시작부터 무려 42편의 작품들이 접수될 정도로 많은 젊은 프로듀서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 중에서 5편을 선정하여 프로듀서 교육을 거친 후, 마켓에 내놓을 예정이다. 후보작을 선정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하게 하는 다른 마켓과는 달리 전주 마켓에서는 ‘JPP LAB’이라고 해서, PGK(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에서 5명의 후보 프로듀서들에게 프로듀서 교육을 실시하고, 광고계·영화계의 선배들로부터 피칭 멘토링을 훈련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제작사, 제작자와의 비즈니스 미팅까지 주선하는 등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한다. 그야말로 꼼꼼하게 관리하여 더 신선한 상태로 시장에 내놓겠다는 뜻.

그렇게 선정된 후보작 다섯 편은 김태훈 프로듀서의 ‘공포스릴러’ <우물>부터 고두현 프로듀서의 ‘혈기왕성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소년의 성욕과 질투를 다룬’ 드라마 <바캉스>, 영화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청춘의 사랑을 그리는 정연 프로듀서의 <그녀는 주인공>, 김용 프로듀서의 ‘독특한 소재가 돋보이는 심리스릴러’ <상담가X>, 이진은 프로듀서의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에 관한 음악성장드라마’ <보이즈비엠비언스>까지다.

그렇다면 프로듀서 피칭 후보 선정의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일까. 프로젝트 선발위원회에서 프로듀서 피칭부문을 맡은 박은영(<멋진 하루>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작가는 “작년 영화계의 키워드가 ‘저예산상업영화’이었던 것만큼,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얼마나 재미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이것은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라 봐도 된다. 또한 “잘 쓴 시나리오가 아닌 과연 그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 기획해서 (진행을) 효율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즉 제작노하우를 보았다”며 그래서 “프로듀서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후보작으로 선정된 5편의 작품들의 장르가 다 다른 것, 예상 제작비가 모두 10억 미안인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꼼꼼하게 재단된 다섯 명의 후보 중에서 최종 선정된 1명의 프로듀서에게는 상금 500만원이 지원된다. 결과는 5월4일 폐막식에 발표할 예정이다.

전주마켓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프로듀서 중심’, ‘저예산 상업영화’에 대한 고민은 학술행사인 ‘인더스트리 컨퍼런스’로 이어진다. 인더스트리 컨퍼런스는 ‘프로듀서 포럼’(5월3일 오후1시 전주영화제작소4층), ‘프로듀서 토크’(5월4일 오후4시), ‘다큐멘터리 오픈 토크’(5월3일 오후4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프로듀서 토크에서는 ‘저예산 상업영화’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저예산 상업영화’라는 말은 최근들어 영화계의 화두로 불릴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명확한 정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예산 상업영화’를 꾸준히 만들며 시스템화해온 영화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이사가 젊은 프로듀서, 관객들을 상대로 저예산상업영화의 정의, 제작 방법, 노하우 등을 펼친다고 한다. 그 밖에 프로듀서 포럼에서는 ‘저예산영화 제작시스템 연구’를 주제로 장원석, 김일권, 박미경, 전영문 프로듀서들이 논의를 하게 되고, 다큐멘터리 오픈 토크에서는 안해룡, 이마리오 감독과 김옥영 작가, 고영재 프로듀서가 참석해 ‘다큐멘터리 영화- 변화와 공감, 그 미래는 밝은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첫 시작이니만큼 마켓의 정의를 내리는 과정...

이번 프로젝트 프로모션에서는 ‘다큐멘터리 피칭’과 ‘워크 인 프로그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피칭은 장편 다큐멘터리 한 편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감독 혹은 프로듀서를 대상(1억 원 미만의 제작비로 극장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기획)으로 하는 부문. 선정된 1~2편에는 후원사인 (재)SJM문화재단에서 8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김대웅 감독의 <모슬포>, 이성규 감독, 최영기 프로듀서의 <삶과 죽음의 경계, 바라나시>, 고희영 감독, 이대현 프로듀서의 <아주 특별한 오페라, 쿵! 맘 프로젝트>, 김응수 감독의 <요코 이야기>, 박정숙 감독, 송승민 프로듀서의 <첫사랑01989, 스마다의 추억>이 영화산업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이 있는 감독들이 현재 제작 중인 영화에 500만원을 지원하는 <워크 인 프로그레스>도 올해 계속 이어진다. 국내부문에 서원태 감독의 장편실험 및 다큐멘터리인 <호랑이와 토끼>, 안건형 감독의 길고양이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동굴 밖으로>, 진정한 무도(武道)가 무엇인지를 묻는 안해룡 감독의 <무도, 싸움을 멈추는 길>(가제)이, 국외부문에는 이번에 <호묘>로 전주를 찾은 잉 량 감독의 신작 <Bitter Memories>, 작년에 <화이트 발라드>로 전주를 찾았던 스테파노 오도아르디 감독의 신작 <Mancanza>가 포진해있다.

처음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규모와 내실 면에서 제법 알차 보인다. “첫 행사라 매우 신경 썼다”는 박은영 작가는 “이번 마켓을 통해 세 가지 정도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 현재 활발히 진행되는 “저예산상업영화를 산업적인 관점에서 한번 점검하고, 그 가능성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둘째, “영화계의 관심을 전주마켓으로 모아 어려운 한국영화산업에 작은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미는 프로듀서 피칭이라며 “창작자(감독)와 관객의 중간에 위치한 프로듀서가 산업의 중심에 있어야만 이 둘 사이를 잘 조율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결과물에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시작이니만큼 “당장의 큰 성과보다 이번 마켓의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영화제를 꿈꾸는 전주의 새로운 출발인 ‘제1회 전주프로젝트 마켓’이 영화제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영화산업에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해본다.

사진제공 전주프로젝트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