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30일,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 개막식까지는 두어 시간이 남았지만, 레드카펫 주위는 이미 취재진의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개막식 사회자인 영화배우 김태우와 이태란이 마주 앉은 대기실 풍경은 조금 다르다. 훤칠한 키에 상냥한 인상을 가진 두 사람은 부산한 창밖 풍경에는 아랑곳없이 연습하는 짬짬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10회나 맞이한 영화제 개막식의 사회를 맡다니 특별히 영광이다.” 2006년 전주영화제 폐막작으로 출연작인 <내 청춘에게 고함>이 상영된 김태우는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개막식에 놀러 오라”는 초대가 사회 보라는 이야기인지 몰랐다면서도, 계속되는 즐거운 인연이 고마운 눈치다. 영화제 사회는 처음이라는 이태란은 김태우를 파트너로 두고 한시름 놓은 표정. 안방극장에서는 뛰고 나는 그녀인데도 영화제는 다르다며 “인맥 많고 경험 많은 김태우씨”를 부러워했다.
일명 ‘긴장과 이완의 커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쪽 어깨가 드러난 우아한 드레스의 이태란과 달리 김태우는 차림부터 편안한 면바지에 운동화다. “사회 볼 때는 재킷도 벗고 더 편하게 할 거다.” 파트너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농담에 드디어 이태란도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느긋한 한 사람과 바짝 긴장한 한 사람. 두 사람을 섞어 반으로 나누면 좋겠단 망상이 들 즈음, 김태우와 이태란은 이런 생각이 기우였음을 보여줬다. “영화 쪽은 낯설어” 감독들에게 소감 묻기가 어렵다는 이태란의 고민은 김태우가, “외국 감독들의 어려운 이름”에 걱정하는 김태우의 짐은 이태란이 자진해 덜어준다. 서로의 취약한 부분을 어느새 파악하고 보완해주는 모습을 보니, 이 정반대의 조합이 갑자기 믿음직스럽다. “전주에서 좋은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좋은 여행이 되지 않겠냐”고 호객하는 김태우에 이어 이태란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한국영화계에 힘”을 보태달라고 덧붙인다. 이제 보니, 척척 호흡이다. 김태우와 이태란이 진행할 영화제의 첫 행사를 기대하며 대기실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