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경제 불황으로 광고 시장이 침체하면서 방송가에 구조조정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KBS가 앞장서서 프로그램이나 진행자를 과감히 폐지 또는 교체하고 있어 MBC와 SBS도 이를 예의 주시하며 보조를 맞출 태세다.
하지만 MBC의 경우는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5년 반 동안 진행해온 개그우먼 김미화를 교체하는 방침을 세웠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결정을 유보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2009년은 장수 프로그램 문 닫는 해?
KBS는 20일 개편을 앞두고 26년 장수한 '가족 오락관'과 10년 장수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14년간 장수하며 청정한 감동을 전해준 아침드라마 'TV 소설' 역시 '청춘예찬'의 1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년간 방송된 농촌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 역시 폐지를 검토했으나 드라마 다양성을 위해 이번 개편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경영이 악화하면 다시 폐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KBS의 이번 개편 기준은 철저하게 '수익성'이다. 오랜 시간 장수하며 시청자 곁을 지켜온 프로그램들을 단칼에 폐지하는 것은 광고가 붙지 않기 때문.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경우는 금요일 오후 11시대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지만 광고가 1~2개 밖에 붙지 않는 '죄'로 문을 닫게 됐다.
반면 KBS는 폐지를 강력하게 검토했던 월화 드라마는 다시 살려놓았다. 지난해 12월 막을 내린 '그들이 사는 세상'이 한 자리 시청률로 광고가 거의 붙지 않을 때는 폐지를 검토했지만, 1월 들어 선보인 후속작 '꽃보다 남자'가 '대박'을 터뜨리자 월화 드라마 폐지 논의는 수면 밑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이 과정에서 '꽃보다 남자'의 막장 드라마 논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TV소설'의 경우 오전 8시대 10% 초반의 안정적인 시청률에도 제작비 대비 광고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되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금요드라마를 폐지한 SBS는 4~5월 개편에서 수년간 명맥을 이어온 예능 프로그램 1~2개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일단 27일 개편에서 파일럿 프로그램 두 개 정도를 운영해보고 그 반응에 따라 기존 프로그램 중 경쟁력이 없는 것을 폐지할 계획이다.
◇진행자도 내부 인력으로 교체
MBC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5년 반 동안 진행한 김미화를 이번 봄 개편에서 하차시키기로 했다. MBC측의 입장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대체 가능한 진행자는 내부 인력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에 따라 하차가 결정됐다. 후임 진행자는 기자와 아나운서 등 내부에서 발탁할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이 방침은 1990년 이후 입사한 MBC 라디오PD들이 8일 성명에서 "김미화 씨 교체는 제작비 절감, 경쟁력 강화와 동떨어진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방송 3사는 지난해부터 단행해온 프로그램 진행자의 내부 인력 교체 계획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KBS는 지난해 11월 왕영은이 3년간 진행하던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를 이 같은 이유로 폐지했으며, 이번 개편에서 몇몇 라디오 진행자를 내부 인력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SBS는 13일 라디오 개편에서 러브FM의 '기분좋은 밤' DJ를 가수 변진섭에서 내부 아나운서로 교체했으며, MBC 라디오 역시 이번 개편에서 몇몇 진행자의 내부 인력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제작비 줄이고 또 줄여라
프로그램 구조 조정과 함께 방송 3사는 전반적으로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KBS는 지난달 이금림, 노희경, 장영철, 윤선주 등 20여 명의 드라마 작가에게 미리 지급한 원고료(선급금)를 반납하라고 갑자기 통보해 반발을 불렀다. 다행히 KBS가 개별 작가들과 접촉해 반납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지만, 선급금을 반납하라는 것 역시 재정 압박에 따른 조치다.
MBC는 지난 6일 2차 비상경영방안을 발표하고 시간외수당 등 각종 수당을 줄이고 제작비와 경비 등 각종 예산도 15% 추가 삭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제작비 15% 삭감은 엄청난 규모"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제작을 해야할지 걱정"이라는 분위기다.
SBS의 한 드라마 PD는 "제작비가 줄어들어 촬영장에서 밥도 한번 같이 먹을 수 없는 분위기"라며 "밥도 못 먹고 촬영만 하는 지금의 상황이 참 안타깝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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