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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박쥐'는 내 영화 중 가장 애착"
2009-03-31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우열을 가리긴 어렵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만든 영화 중 제일 뛰어난 영화인지는 몰라도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31일 오전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박쥐'의 제작보고회에서 "오랜 시간 생각한 이야기이고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남자에 나 자신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에 주인공 캐릭터에 내가 들어간 것은 처음입니다. 나약하고 비겁하면서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자기를 합리화한다거나 변명하는 면들이 아주 닮았고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관객으로 봐도 정이 가고 제 취향에 잘 맞는 영화입니다."

영화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 구상한 지 10년이 지났을 만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작품이다. 박 감독은 1999년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당시 주연배우인 송강호에게 처음 이 영화에 대해 제안했다.

그는 "처음 생각한 것은 1997-1998년쯤"이라며 "성장환경 때문에 가톨릭 분위기에 익숙하고 사제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았다"고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에서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쥐'의 탄생과정을 설명했다.

"신부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살인 등의 죄악을 저질러야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정신적인 고통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다음에 뱀파이어 개념이 떠올랐고 이 소재에 에밀 졸라의 소설이 뒤늦게 결합하는 과정을 밟아왔죠."

'박쥐'는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산하의 포커스 픽처스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아 본격적으로 미국에 개봉되는 첫 번째 한국 영화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어마어마한 북미시장에서의 흥행이나 아카데미 후보가 되는 등의 굉장한 일이 처음부터 벌어질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한국영화가 미국시장에서 보였던 성적에 비하면 조금 더 큰 규모로 진지하게 취급될 수 있게 되는 첫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이 제가 전에 만든 영화에 호감을 가진 모양이고 소재로 봤을 때 뱀파이어 이야기에 가톨릭 사제가 주인공이니까 다른 영화들보다 좀 더 보편적이어서 투자하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개인으로서는 제가 영향받고 존경하는 세계 여러 감독들의 영화를 많이 배급한 포커스 픽처스의 심벌마크를 내 영화에도 붙이게 돼 뿌듯해요."

박 감독은 이번 영화의 주연인 송강호와 김옥빈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송강호 씨는 머리가 좋고 영리한데다 언제든지 현재 하는 작품만 생각하는 집중력을 가진 배우인데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이 집중하니까 잘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회피하려는 나약한 캐릭터를 송강호가 연기하는 것이 상상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모습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깜짝 발탁한 김옥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만났는데 어떤 기운 같은 것이 있었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처음 '올드보이' 강혜정을 만났을 때처럼 한눈에 매료된 기분"이라고 전했다.

"너무 안정되고 틀이 잡히기보다는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면도 보였어요. 변화무쌍한 면이 이 역할에 잘 맞았고 영화를 보시면 한국에 이런 여배우가 있었나라는 놀라움을 느끼실 거에요. 한국영화에 없던 새로운 종자입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동서양 문화의 충돌 등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여자를 잘못 만나 곤경에 빠진 남자의 분투로 볼 수도 있다"며 "여자 때문에 심한 고생을 하는 남자라고 주인공을 생각하고 그 관점으로 보면 영화가 좀 친숙하고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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