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뱀파이어로 분한 송강호는 어떤 모습일까.
송강호가 31일 오전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박쥐'의 제작보고회에서 "서양 뱀파이어 영화가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새로운 뱀파이어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존경받는 신부에서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아 뱀파이어가 되고, 결국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친구를 죽이자는 제안을 받게 되는 주인공 상현을 연기했다. 한국 영화에서는 다소 생소한 소재인 뱀파이어 캐릭터를 가장 한국적인 배우 송강호가 어떻게 그려냈을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그는 "송곳니가 나오는 등의 전형적인 뱀파이어의 모습은 전혀 없다"며 "존경받던 종교인이 예기치않게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 욕망에 눈뜨는, 종교적인 신념과 인간적인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위험한 선택을 하는 캐릭터인데 인간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당시 박찬욱 감독이 '박쥐'의 출연을 제의했을 때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갈대밭 장면을 촬영하면서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무 말도 못했어요. 제 지능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이야기에 당황했죠. 이런 창의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품이 신기하기도 했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고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결국 '박쥐'의 꿈을 현실로 옮겼고 그 주연은 역시 송강호였다.
송강호는 "10년의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박쥐'를 연구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 아니라 박 감독이 작품을 통해 저절로 다가오게 했다"며 "박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의 기나긴 과정 속에서 '박쥐'가 이렇게 매혹적인 작품으로 다가오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영화에 대해 "신부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인물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구성이 있지만 결국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며 "사랑의 끝은 우리가 만지지도 못하고, 취할 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무궁무진하고 큰 명제를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편 '박쥐'에서 김옥빈은 남편의 친구 상현을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억눌렸던 욕망을 발산하며 남편을 죽일 계획까지 하는 여인 태주로 등장한다.
김옥빈은 송강호와의 호흡에 대해 "진정한 배우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신부 역에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고 함께 연기하면서 최대한 그의 장점을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아무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다"며 "마당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기분으로 영화를 촬영했는데 노출 따위는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노출 장면도 힘겹고 열정적이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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