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꽃보다 달콤했던 판타지도 이제 끝이다.
지난 3개월간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닌 KBS 2TV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가 31일 25회로 막을 내린다.
세탁소집 딸이 재벌가 자제들로 가득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꽃남'은 팬들에게는 '행복을 주는 판타지' 그 자체였다. 여성 시청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이 드라마를 통해 자기 나름의 판타지를 키워가며 즐거움을 누렸다.
덕분에 1월5일 첫회에서 시청률 14.3%로 출발한 '꽃남'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데 이어, 10회에서는 시청률 30%마저 넘어섰다. 고등학생의 신분을 망각하고 법을 무시한 행동 등으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도 거세게 쏟아졌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를 막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구준표 역의 이민호(22)를 '발굴'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운이 따르지 않는 '무명'에서 하루아침에 인기 대폭발을 이루며 스타덤에 오른 이민호는 '꽃남'이 선사한 판타지의 정수였다.
◇무제한의 판타지..막장 논란
'꽃남'은 무제한의 판타지를 자랑했다. 재벌가 자제들 앞에는 때와 상황, 신분의 제약이 전혀 없었다. 고등학생들이 심심하다며 전용기를 타고 태평양의 섬으로 날아가고, 사랑싸움을 한답시고 자동차 경주를 벌였다.
또 역시 고등학생인 잔디는 호텔에서 낯선 남자와 속옷만 입고 침대에 누운 채로 사진을 찍히는 등 위험한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정색을 하고 보자면 리얼리티가 제로인 데다 비난받아야 마땅한 상황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8일 '꽃남'에 대해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 지나친 폭력묘사,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다수의 비윤리적인 상황묘사 등을 이유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팬들은 "어차피 만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라며 "판타지는 판타지로 즐겨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런 팬들의 시선에서 이 드라마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특수효과 하나 없는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서민가 딸이 재벌가 아들과 극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설정에서부터 F4들의 독특한 사연 하나하나는 현실에서는 발을 붙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SF 영화를 보며 리얼리티를 따지는 사람이 없듯, '꽃남' 역시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신인들의 반란..새로운 제작모델 제시
스타 캐스팅에 따른 고액 출연료가 드라마의 제작 기반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꽃남'은 과감히 신인들을 캐스팅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여주인공 구혜선을 제외하고는 F4 누구도 연기력으로 신뢰를 주지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신인의 반란을 일으켰다. 특히 캐스팅 당시 김현중과 김범에 가려 존재감조차 없었던 이민호는 이 드라마가 건진 대어다.
신인들을 캐스팅해 다른 드라마에 비해 출연료에서 많은 돈을 아낀 '꽃남'은 제작모델에서도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
'꽃남'의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다른 드라마에 비해 적게 받는 대신 해당 드라마에 대한 광고가 많이 판매되면 이를 보전받는 내용의 독특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제작사와 방송사가 '시청률 연동제'의 계약을 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수익에 직결되는 광고를 제작비 산정에 연결한 '광고 연동제'는 이례적이었다.
'꽃남'의 이 같은 계약은 불황에 허덕이는 방송사에는 제작비 부담을 덜어주고, 광고가 많이 붙으면 제작사와 방송사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체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끊이지 않은 사건사고..네티즌 반응 최고
화제를 모은만큼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 전국을 도는 무리한 스케줄은 잇단 교통사고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촬영분이 모자라 한 회가 결방되기도 했다.
구혜선은 교통사고와 함께 수영장에서 물속에 뛰어드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고, 촬영장은 늘 인산인해를 이뤄 예정된 스케줄 대로 촬영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또 촬영과는 무관하지만 극중 '악녀 3인방' 중 한 명으로 출연했던 장자연이 지난 7일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제작진이 초긴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폭발적이었다. 10~20대를 주 타깃으로 한 덕분에 인터넷 각종 게시판은 '꽃남' 관련 글로 도배가 됐고, 드라마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큰 관심을 끌었다.
29일 현재 '꽃남'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34만5천 건의 글이,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내 '꽃남' 갤러리에는 22만3천 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첫 방송 이후 '꽃남' 게시판에 대한 누리꾼의 접속이 동시에 폭주해 KBS 홈페이지 전체에 부하가 걸리기도 했으며, 역대 KBS 드라마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 이용자 수에서도 '꽃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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