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SBS TV '아내의 유혹'(극본 김순옥, 연출 오세강)은 요즘 두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죽은 줄 알았던 소희의 등장이고 또 하나는 하늘과 강재의 결혼이다.
24일 방송에서는 마침내 강재가 하늘에게 청혼을 했다. 하늘은 "야호! 나도 드디어 시집간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런데 그는 실제로 정신연령이 10세에 멈춘 40대의 지적 장애인이다.
"한 회 카메오 출연하는 줄 알았는데 고정 배역을 얻어 5개월을 장수했고 웨딩드레스까지 입었으니 이만하면 성공했죠? 마음 같아서는 '훈남'인 건우(이재황 분)와 엮였으면 더 좋겠는데 작가가 그렇게 안 써주네요."
오영실(44)은 이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다. '농담도 잘한다'고 했더니 "농담은 무슨, 진짜 작가한테 건우와 연결해주면 안되냐고 졸랐다"는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머리에 꽃핀을 꽂고 다니고 인형을 좋아하는 '소녀' 하늘이는 오영실을 만나 '국민 고모'가 됐다. 극중에서 이름보다는 '고모'라는 호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그는 남의 눈치 안보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캐릭터다.
"하늘이는 많이 모자라지만 누가 자기를 무시하는 듯 하면 '내가 반푼이냐?'며 따져요. 평소에는 순진무구하지만 가끔 상대를 놀라게 할 정도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핵심을 찌르는 똑똑한 소리를 해 '국민 고모'로 떠오른 것 같아요. 그런 대사들을 많이 써준 작가에게 아주 고맙죠."
그런 하늘이가 마침내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은재의 오빠 강재에게 반해 열렬히 구애했는데 그것이 마침내 성사되기 직전인 것. 하지만 아쉽게도 결혼식은 열리지 못한다. 파격적인 스토리를 자랑하는 '아내의 유혹'은 엄청난 비밀을 또 한번 터뜨리며 27일 방송분에서 하늘의 결혼식을 망쳐버린다.
"비록 결혼은 깨지지만 하늘이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또 다른 폭탄을 안고 있기 때문에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즐거워요."
그는 원래 이 드라마의 첫회에 요리 선생 역으로 카메오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연기를 지켜보던 PD가 하늘 역을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기회를 줬고 그것이 '국민 고모'를 탄생시켰다.
"생각보다 제가 연기하는 것이 좋아보였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너무 큰 역이라 겁났어요.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심정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밤잠을 설쳤어요. '반푼이'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표현하기가 쉽다고 생각했죠. 조용하면서도 읊조리는 역이 제일 연기하기 어려운데 그에 비해 하늘 역은 개성이 강하잖아요. 또 똑부러지고 빈틈없어 보이는 제 이미지를 희석시킬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해 맡게 됐죠. 기본적으로 불쌍한 아이라 미움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1987년 KBS 아나운서 공채 15기로 방송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7년 프리랜서 선언을 한 후 연기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진행자로서의 무대 매너와 호흡을 다듬기 위해 중대 연영과에 청강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연극에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됐어요. 사실 아나운서 준비하면서 방송아카데미에 다닐 때부터 '연기를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어요."
어린이 연극 '하늘, 땅, 바다이야기'와 뮤지컬 '넌센스 넛 크래커' 등을 거쳐 '아내의 유혹'에 출연한 그는 "연기자는 관리만 잘하면 60~70세가 돼도 작품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며 "프리를 선언한 이후부터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스타일을 다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 외에도 EBS TV '토크 앤드 이슈-영어 강국 코리아' 등 세 프로그램의 MC를 맡아 진행자로서도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어디서든 필요한 사람, 항상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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