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KBS 2TV '미워도 다시 한번'이 여배우들의 수명 연장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최명길(47)과 전인화(44), 40대 중후반 두 베테랑 여배우를 내세운 이 드라마는 소지섭, 채정안, 신현준, 한지민 등 젊은 스타가 포진한 SBS TV '카인과 아벨'을 누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연예계에서 아침드라마나 일일극, 연속극의 주인공을 맡으면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중년 여배우들이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을 꿰차는 것은 이례적인 일.
2007년 SBS TV '내 남자의 여자'가 당시 43세의 배종옥과 40세의 김희애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 중년 여배우의 수명 연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호정, 오연수도 길게 활동해야죠"
고(故) 최진실은 2007년 MBC TV 일일극 '나쁜여자 착한여자'로 난생처음 일일극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되자 심각하게 고민했다.
당시 그 작품의 주인공이었지만 그는 일일연속극이라는 점 때문에 자신이 이제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정상을 경험한 스타들에게 나이가 들면서 뒤로 물러서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한 예다.
전인화는 최근 '미워도 다시한번'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해야하는 나이에 이렇게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아 행복하다"면서 "나 역시 서서히 뒤로 물러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뒤로 물러나면 섭섭하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나 명길이 언니가 이렇게 해야 (유)호정이나, (오)연수 같은 후배들도 더 길게 활동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10년 후 50대가 됐을 때도 이렇게 중년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가 또 주어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최명길 역시 "내가 항상 20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만큼 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도 폭넓게 연기생활을 할 것"이라는 말로 기존 중년 배우들과 달리 주도적인 캐릭터를 계속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설득력 있는 연기
'미워도 다시 한번'이 통속극인데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만큼 연기자들의 존재감이 빛나기 때문이다. 불륜과 복수라는 뻔한 소재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연기자들의 섬세하고 밀도 있는 연기가 긍정적인 화학작용을 내면서 '배우'를 보는 재미가 크게 다가온다.
'내 남자의 여자'의 배종옥-김희애에 이어 '미워도 다시 한번'은 최명길과 전인화의 팽팽한 심리전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참신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뻔한 이야기도 그렇지 않게 하는 것은 결국 연륜 있는 연기자들의 힘인 것.
KBS드라마국의 배경수 CP는 "무엇보다 연기자들의 열정적이고 관록 있는 연기가 돋보이고 그러한 연기자들로부터 풍부한 감정을 끌어내는 연출과 작가의 힘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이 드라마가 중년에 포인트가 맞춰져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다"면서 "젊은 시절 잘 나갔던 배우들이 나이 들어서도 밀려나지 않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드라마가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긴장감 유지하며 끝없이 관리해야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전인화는 극에서도 톱여배우 역할이라 무척 화려하게 등장한다. 여전히 늘씬한 몸매와 미모를 유지하고 있어 젊은 여배우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 같다. 그만큼 TV를 모니터하며 반성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관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흔 넘고 나서는 장사가 없다. 피부과도 열심히 다닌다. 조명을 많이 받으면 피부가 쉽게 지치기 때문에 그럴 때면 피부과 가서 관리를 받는다"면서 "그건 배우로서 직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밤에 아무리 졸려도 30분씩 팩을 하고 반신욕도 자주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며 웃었다.
SBS TV '로비스트'에서 팜므파탈 연기를 하며 화려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미숙(50) 역시 "나이가 드니 하루의 반은 체력과 미모,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해야한다. 젊었을 때의 몇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한다"며 "누군가의 엄마 역으로 물러서지 않고 뭔가 보이는 역을 하려면 그렇게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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