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는 SBS TV 일일극 '아내의 유혹'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인물이 있다면? 남들은 다 복수에 혈안이 돼 있지만 홀로 "복수는 행복의 길이 아니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건우 역의 이재황(33)이다.
서글서글한 눈매의 '훈남' 이재황은 "건우가 복수에 반대하니까 시청자들 중에서는 건우만 나오면 '답답하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며 웃었다.
건우는 복수를 반대하는 한편 은재(장서희 분)에 대한 사랑을 키운다. 은재가 순수해지는 유일한 순간은 건우와 함께 할 때. 빠르게 내달리는 '아내의 유혹'의 쉬어가는 페이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멜로 라인을 워낙 좋아하시기 때문에 건우-은재의 사랑을 지지해주시기도 하지만 '복수에 웬 멜로냐'며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그나마 우리의 멜로가 이 드라마의 완급을 조절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의 유혹'에 대한 각종 패러디가 쏟아져나오는 속에서 건우는 '고자질쟁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하면 ○○에게 말하겠어요"라는 대사를 자주 하기 때문. 그는 은밀히 진행되는 복수를 말리겠다는 의도로 순간순간 그것을 까발리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건우가 유일하게 정상적인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입양아라 약간의 애정결핍 증세도 있고 소심하기도 해요. 그래서 '고자질쟁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하는 거구요. 하하."
이재황에게 '아내의 유혹'은 특별히 소중한 작품이다. 2006년 SBS TV '돌아와요 순애씨' 이후 2년간 원치않던 공백기를 가져야했던 그는 '아내의 유혹'이 시청률 고공행진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일본 진출을 꾀하다가 일이 잘 안됐고, 출연하기로 했던 작품들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본의 아니게 2년을 쉬어야했어요. 그 2년이 20년처럼 느껴졌고, 살면서 그렇게 힘든 시간이 없었어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고 내가 이러다가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어요. 실제로 어느 순간에는 내가 무엇을 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시기가 있었어요. 가족들 보기도 민망했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유혹' 덕분에 이재황은 다시 세상 중심으로 돌아왔다. 주부는 물론, 남녀노소가 너무나 잘 아는 얼굴로 복귀했다. '고자질쟁이'라는 놀림도 받지만 '훈남'으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
"찜질방에서는 오후 7시20분 TV에서 '왜 너는 나를 만나서~'라는 '아내의 유혹'의 주제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좀비처럼 쓰윽 일어나 TV 앞에 모인대요.(웃음)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아내의 유혹'을 챙겨본다는 거죠."
그는 "2년 만에 나오면서 마음을 비우고 나왔다. 첫 촬영날에는 신인 때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고 떨렸다"면서 "그렇게 놀았던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데 이렇게 반응까지 좋으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재황은 '아내의 유혹'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일일극에서는 볼 수 없는 긴박감, 박진감이 넘치고 편집도 파격적이다. 제작진 모두가 다음회 대본을 기다릴 만큼 스토리가 재미있고 방송을 보면 다음회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심지어 시간 부족으로 다음회 예고편이 안 나오는 날이면 '건방져졌다'는 소리까지 나와요.(웃음) 각종 패러디와 반응이 이처럼 즉각적인 것도 처음 경험하는데 참 신기한 드라마인 것 같아요."
이재황은 '막장 드라마' 논란에 대해 "드라마 내용이 강해 어느정도 욕먹을 각오는 했다. 하지만 다양성과 취향의 문제 같다"면서 "시청자들은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남자들의 경우는 바람 피우면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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