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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위한 지침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첫시사

일시 2월 4일(수) 오후 2시 장소 동대문 메가박스

이 영화 연애를 꿈꾸는 지지(지니퍼 굿윈)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 코너(케빈 코넬리)에게 애프터가 오지 않아 안달한다. 막상 코너는 섹시한 안나(스칼렛 요한슨)와의 섹스를 갈망하지만, 안나는 수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유부남 벤(브래들리 쿠퍼)에게 첫눈에 반해 코너를 외면한다. 결혼에 골인한 제닌(제니퍼 코넬리)은 직장동료 지지와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의 직장동료. 연애를 갈망하는 지지와 닐(벤 애플렉)과 동거만 7년째로 동생에게 결혼을 추월당한 베스의 연애상담자 역할을 자처하지만, 막상 자신의 남편 벤은 안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안나의 친구 메리는 이런 현실의 지지부진한 사랑을 접고 사이버상에서의 만남을 기대한 지 오래. 여기, 연애 다경험자인 알렉스(저스틴 롱)이 가세, 지지의 연애상담자로 나선다.

100자평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이 영화의 작가이자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인 그렉 버렌트가 쓴 베스트 셀러 연애지침서 제목이기도 하다. 위의 명제는 남자들의 애매한 행동으로 인해 고민하는 여자들에게 '깨몽!'의 일침을 가하는 용법으로 쓰인다. 가령 '그는 왜 저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다른 사정이 있어서일 거야'라고 말하는 대신 '그가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독한 직언(?)'을 하는 것이다. 지침서를 관통하는 철학은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하게 되어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반드시 하고야 마는 존재'라는 것이다. 영화는 지침서의 이러한 철학을 전제로 지침서에는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는 에피소드들에 서사의 살을 입히고 톱스타들의 몸을 빌어 이를 상연하게 하여 명제의 설득력을 높이고자 한다. 영화는 첫눈에 반한 유부남, 바람피우는 남편, 결혼을 거부하는 동거남, 연애상담 해주는 남자 등을 등장시키고 그들로 인해 고민하는 여자들을 그리면서 적당한 교훈을 가미한다.

극의 흐름상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지침서의 대상이 되는 '헛물켜는 여자'와 지침서의 화자에 해당하는 '상담 바텐더' 사이의 관계가 잠시 뒤흔들리는 순간이다. 지침서가 설파하는 냉정한 연애의 전술보다 사랑을 갈망하는 진심이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는 '헛물녀'의 호소는 마치 지침서의 세계관이 비판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결과는 그렇지도 않다. 그 커플이 성공하는 이유는 그녀가 주창한 진심 때문이 아니라, 지침서가 주장하던 '남자가 반했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으려던 동거남의 입장도 나름의 맥락으로 수용되는 듯 보여지다가, 결국 '남자는 사랑하면 청혼한다'는 지침서의 원칙을 이행한다. 영화는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고 깊은 통찰을 담고 있지 않으며, 그저 지침서의 보수적인 세계관을 충실히 재탕한다. 그런데 단지 그대가 생물학적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연애에 관한 분명한 욕망으로 복잡다난한 문명의 모든 난관들을 헤쳐나가며 자신의 확고한 애정적 의지만은 반드시 관철시키는 전지전능한 주체로 오인되는 것은 얼마나 큰 부담인가? "나안~소심해서 전화 못했을 뿐이고~거절당할까 두렵고~엄마 보고싶고~" 이런 남자는 대체 어쩌란 말인가?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