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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급심의 논란 2009년이 고비되나>
2009-01-30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09년 새해 벽두부터 영화계 곳곳에서 현행 영화 등급분류 제도가 불합리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사들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등급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법정으로 사건을 가져가 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헌법재판소에서 관련 법률조항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불만 어린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영화 등급분류 제도 = 현행 등급분류 제도는 1996년 헌재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 사전심의 제도를 '사전검열'이라며 위헌 결정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따라 극장에서 정식 개봉,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영등위로부터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 불가', '제한상영가' 등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영등위는 영화사에서 등급분류 신청을 받으면 5~10명으로 구성된 등급분류 소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등급을 결정한다. 이의가 있는 영화사는 30일 이내에 재심의를 신청해 다시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영비법에 규정된 등급분류의 기준은 대한민국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인권존중, 건전한 가정생활과 아동 및 청소년 보호, 공중도덕 및 사회윤리의 신장, 건전한 국제적 외교관계의 유지, 영화의 주제 및 내용의 폭력성ㆍ음란성 등이다.

인간 존엄성을 해칠 만큼 음란성, 선정성, 폭력성이 심각한 영상물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둬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가정 및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영화사들, 잇단 문제 제기 = 최근 들어 등급분류 제도에 관한 논란이 가열된 것은 영화사들이 잇따라 자사 제작ㆍ수입ㆍ배급 영화가 받은 등급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여기에 제한상영관 내에서만 광고ㆍ상영할 수 있는 '제한상영가' 등급이 '사실상 상영 금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해당 법률조항에 대해 "기준이 모호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또 법원은 최근 잇따라 영화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지만 영비법 개정까지는 현행 법률 및 규정이 유지되기 때문에 영화사들은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앞다퉈 답답함을 토로하는 보도자료를 내며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멕시코 영화 '천국의 전쟁' 수입사인 월드시네마는 2004년 "성기 노출이 심하고 사실적인 섹스장면이 여과없이 묘사됐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소송을 냈다.

지난해 7월 헌재 결정 이후 법원은 "'천국의 전쟁'에 대한 등급분류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을 취하하라"는 조정권고안을 냈지만 영등위가 이를 거부하면서 분쟁은 답보 상태에 놓였다.

또 내달 개봉을 앞둔 주가조작 소재의 한국영화 '작전' 측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자 "과도한 폭력이나 욕설, 선정적인 장면이 배제됐고 영화 전반에 가치 투자, 사람에 대한 투자를 궁극적으로 담고 있는데도 이례적인 판정을 받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2007년 여름에는 한국에서 제작한 공포영화 '므이', '두 사람이다', '리턴' 등이 줄줄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자 영화사들이 모두 "앞서 15세 등급을 받은 공포영화들과 비슷한 수위인데 이해할 수 없다"며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표현의 자유 VS 청소년 보호" = 영화에 대한 사전 검열이 사라진 이후에도 등급분류 제도의 기준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쟁은 계속돼 왔다.

법률 조항에 기준이 적시돼 있더라도 영화 한 편을 산술적으로 수치화해 명확하게 나누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것.

게다가 등급 분류는 5~10명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 위원들이 관람하고 결정하는 '사람의 일'이므로 영화사가 염두에 둔 등급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늘 잠재돼 있다.

'작전'을 만든 영화사 비단길과 배급사 쇼박스는 '납득할 수 없는 등급 판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심의 등급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며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해 한국 영화산업의 퇴행을 낳을 수 있는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등위는 유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며 심의는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영화사들의 반발을 일축하고 있다.

지명혁 영등위 위원장은 "영화 등급은 심의를 맡은 위원들이 개개의 영화에 대해 주제, 폭력성, 선정성, 모방 위험 등 기준을 놓고 심의를 한 결과"라며 "여러 영화를 놓고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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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