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배우가 자신의 이미지를 깨는 작업은 모험이다. 성패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깨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럴 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기회를 잡아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배우가 있다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올해는 그 주인공이 바로 이천희(29)다.
데뷔 이래 듬직하고 신중하며 내성적인 듯한 이미지를 유지해오던 이천희가 SBS TV '일요일이 좋다 -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더불어 그 모습으로 '대박'을 쳤다.
"있는 그대로의 제모습을 예전부터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작품에서는 늘 진지하거나 갇혀있는 캐릭터만 주어졌거든요. 사실 자신도 없었어요. 실망하시면 어쩌나 걱정했죠."
'패떴'의 인기 덕분에 불황 속에서도 광고가 이어지는 등 '나홀로 호황'을 경험 중인 이천희를 만났다. 껑충한 키와 순수한 웃음, 천진하게 풀어내는 말들은 '패떴'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 했다.
"고정된 이미지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몰랐어요. 그때 '패떴'을 만났고 막힌 데가 확 뚫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 그는 '패떴'에 한 회 게스트로 섭외가 됐다. 하지만 첫 촬영에서 그의 '가능성'을 본 제작진은 고정 출연을 제안했고, 그 결과 올해의 히트 상품인 '엉성 천희'와 '천데렐라'가 탄생하게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연기자는 너무 많은 것을 내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정제된 모습만을 보여주려 애썼죠. 그런데 1박2일간 '패떴'을 촬영하면서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형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이천희가 '패떴'에서 보여준 변신은 당장 그가 출연 중이던 KBS 2TV '대왕세종' 팀을 놀라게했다. '대왕세종'에서 말 없고 진중한 장영실을 연기하던 그가 채널을 돌리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자 많은 선배 연기자들이 동일 인물임을 의심했다는 것.
"'대왕세종'에는 나이 많은 선배님들이 많이 출연하시는데 사실 그분들은 제 이름도 잘 모르세요. 그냥 '장영실'로 생각하고 촬영장에서도 '영실아~'라고 부르시는데, '패떴'이 뜨면서 그분들이 제 이름을 알게됐어요. '네가 혹시 '패떴'에 나오는 그 애니?'라고 많이들 물어보셨고 그 이후부터 제게 관심도 많이 가져주셨어요.(웃음)"
"사실 '엉성하다'는 말이 그렇게 기분 좋지는 않다. '내가 정말 그렇게 바보 같을까' 고민도 해봤다"며 웃은 그는 "그런데 이상하게 그 촬영현장에만 가면 내가 달라진다. 재석이 형이나 종신이 형이 노는 모습만 봐도 너무 재미있어서 입을 벌리고 쳐다보게 되고, 또 난 그분들이 순발력있게 주고 받는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엉성 천희'는 늘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가 많고, 게임을 하면 항상 성적이 나쁘다.
"제가 원래 정리정돈을 좋아해요. 막 벌려져있는 것을 보면 편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알아서 정리하는 것도 있고 또 다들 선배님들이라 차라리 제가 하는 게 속편해요. 그런데 그 모습이 머슴처럼 비치는 것 같아요.(웃음) 또 대본이나 설정은 없는데 희한하게 저만 구덩이에 빠지거나 넘어지는 등의 실수를 하게되요. 매번 촬영장에 갈 때마다 '오늘은 제발 넘어지지 말자'는 생각을 하는데 자꾸 넘어져요.(웃음)"
이런 일련의 모습은 '태풍태양', '뚝방전설' 등의 영화와 '한성별곡', '가을소나기', '대왕세종' 등의 드라마에서와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시청자들 중에서도 '대왕세종'의 장영실과 '패떴'의 이천희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장영실과 '엉성천희'를 다른 사람으로 봤다는 데는 뿌듯함을 느껴요.(웃음) 하지만 '패떴'이 점점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웃을까봐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해요. 처음에는 그런 고민도 없이 마냥 좋기만 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배우인가봐요."
"내 본 모습을 보여드려 시원하면서도 겁이 난다. 두렵기도 하다"는 그는 "5년간 부지런히 활동했는데 연기자로서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내년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고 꼭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