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08년 한해 충무로가 거둔 최대 수확은 촉망받는 신인들을 여럿 발굴했다는 점이다.
인형 같이 예쁜 얼굴의 아이돌 스타가 아닌, 아직 덜 여물었지만 재능과 열정이 돋보이는 기대주들이 새로 이름을 알렸다. 그 중에서도 서우(20)는 톡톡 튀는 외모와 호소력 있는 연기로 단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2007년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과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에서 작은 배역을 맡아 연기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에 출연했다. 그는 엉뚱하고 솔직하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냉소적인 중학생 종희 역을 열연했고, 대한민국 영화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디렉터스컷 등에서 줄줄이 여자신인상을 받았다.
올해 거둔 '충무로의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붙는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서우는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이대로 깨어나 버릴 것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으면서도 "내게 주어진 숙제"라며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내비쳤다.
"처음에는 집에 가서 '내가 서우다'라고 혼잣말을 할 정도로 좋아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요.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뭘까'가 제 숙제입니다. 시상식 때 '큰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연기해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저도 모르게 말했는데,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싶어요."
서우는 자신이 타고난 재능보다는 노력해야 하는 배우라고 말하면서 '미쓰 홍당무'의 명대사인 "우리 같은 애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해"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제가 원래 무용을 했고, 언니들도 예술계통에 있어서 잘 알아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죠. 하지만 저는 외모가 뛰어나지도, 키가 크지도 않고, 목소리도 별로 안 예뻐요. (웃음)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
겸손하게 말했지만 영화 단 한편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연기했던 종희는 양미숙(공효진)과 묘한 우정을 나누는 '전따(전교 왕따)' 중학생이다. 교사지만 외롭기로는 같은 처지에 있는 양미숙을 성장시키고 자신도 커 나가는 역으로, 감정을 꼭꼭 숨기다가도 느닷없이 내지르는 복합적인 내면연기를 필요로 한다.
갓 스물의 나이에 처음으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극의 전개를 주도하는 역을 맡았지만 서우는 천연덕스럽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면서 각종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공효진에 밀리지 않는 '포스'를 발산했다.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이라 힘들었어요. 저는 무엇이든 모르면 물어보고, 표현을 많이 하는데 종희는 속으로 아픔을 삭이고 겉으로는 불만에 찬 눈빛으로 신경질을 부리고 '썩소'를 짓거나 인상을 쓰는 아이잖아요."
그러면서도 현장에 정을 붙이면서 이겨 나갔다. 굳이 집에서 출퇴근하지 않고 이경미 감독과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집보다는 카페에서 공부를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학생을 이끄는 과외선생님처럼" 여겼다. 그리고 어느덧 아프던 몸이 현장에 가면 싹 낫는 '현장 체질'로 변해 갔다.
"이상하죠? 몸이 막 아프고 너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아도 촬영을 하러 가면 힘이 솟는 거예요. (웃음)"
그는 최근 조선시대 해녀의 이야기를 다룬 TV 드라마 '탐나는도다'의 주연으로 발탁돼 촬영 중이다. 예전에 물을 그렇게 질색했지만 이제는 "지나가다 물을 보면 들어가서 해산물 따야 할 것 같을" 정도로 물질 실력이 늘었고, 제주도 출신을 직접 만나 사투리를 익혔다.
"소속사에서는 저더러 욕심이 많다고 하지만, 준비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촬영장에 가면 70명쯤 되는 분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요. 제가 그때 제대로 못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서우는 이제 20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나이보다 훨씬 어린 배역을 맡고 있다. 그는 유독 어린 배역 제의가 들어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서 "제가 여성스럽고 섹시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 드라마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곧 다시 영화도 하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니 어떤 배우가 될지 모르지만, 보기만 해도 눈물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내 일이라면 열 일 제치고 달려와 주는 친구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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