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 호주 출신의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이 호주 전통악기 '디저리두'를 불었다가 애보리진(원주민)으로부터 반발을 사는 등 혼쭐났다.
자신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홍보차 독일을 방문한 키드먼은 지난 주말 독일의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정에 없었던 디저리두를 잠시 불었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6일 보도했다.
문제는 호주에서 여성이 디저리두를 부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는 것. 긴 대나무 모양의 디저리두는 원주민들이 각종 축제 때 흥을 돋구기 위해 사용하는 악기다.
시드니의 한 애보리진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앨런 매든은 "키드먼이 뭔가를 더 잘 알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키드먼이 디저리두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가 디저리두를 입에 댔을 리가 없다"면서 "키드먼이 디저리두를 불어 보려 했을 때 주변에 있었던 오스트레일리아 제작팀이 말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자 주인공 휴 잭먼 등이 함께 출연했다.
영화배우이면서 영화대본작가인 리처드 그린은 "독일 사람들이 디저리두를 부는 키드먼의 모습을 보기 원했을 것"이라며 "키드먼은 요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디저리두를 입에 대지도 말아야 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저리두를 부는 여성은 불임이 된다"면서 "키드먼은 앞으로 임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린은 "다른 여성들도 키드먼의 행위를 따라 디저리두를 무심코 부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며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편의 호주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 오스트레일리아 감독 버즈 루어만 제작팀이 애보리진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애보리진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서호주(WA) 킴벌리의 킹조지폭포 밑 연못 발랑가라에서 수영장면을 촬영한 데 대해 애보리진들이 비난하고 나서 루어만 감독팀은 이래저래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한 애보리진은 "호주관광청이 전 세계에 우리의 애보리진 문화는 마음껏 짓밟아도 되는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출판사 하퍼콜린스는 여성들을 위한 한 단행본에서 디저리두 연주 방법을 서술했다가 애보리진 사회로부터 반발을 사 결국 수정판에서 이 부분을 삭제하기도 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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