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소꿉친구의 뒤통수를 오토바이 헬멧으로 후려치고, 목욕가운 차림으로 과장되게 섹시한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운동기구 위에서 양팔 벌려 시원하게 엎어지며,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신파조로 "나는 누군가요?"라고 속삭여 웃음을 안기는 여자.
10년간 환상 속에 머문 첫사랑을 현실에서 이뤄보겠다며 온몸을 던지는 한편으로,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눈물을 글썽이며 공항으로 내달리는 여자가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거짓말'의 주인공 지호다.
코믹 연기와 멜로 연기, 양쪽 모두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젊은 여배우로는 누가 있을까. 이때 대표적으로 꼽힐 만한 배우가 바로 박진희(30)다.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엇보다 과장된 코믹 연기의 수위 조절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제가 통통 튀지 않으면 영화가 밋밋해지고, 너무 튀면 관객에게 부담을 줄 수 있죠.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배우로서 박진희가 하는 코믹 연기가 아니라 평범한 여자 지호가 사랑하는 남자를 잡기 위해 다양한 '척'을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는 캐릭터와 자신의 비슷한 면을 찾아 연기하는 편이라면서 '달콤한 거짓말'의 지호와 자신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에서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사회의 비주류예요. 지호는 직장도, 사랑도 다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도 긍적으로 생각하는 아이죠. 저 역시 좋지 않은 상황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연예계에서 박진희는 의리있고 정 많은 배우로 유명하다. '달콤한 거짓말'의 최대 매력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꼽고 '인간적인 영화'가 좋다고 하는 그의 말에서는 확실히 진심이 느껴졌다.
"세대가 달라도 통하는 기본적인 감정이란 게 있잖아요. 저는 인간미, 휴머니즘이 있는 영화가 좋아요. 인간의 근본적인 면을 무시하는 너무 독한 영화는 싫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그런 작품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는 최근 들어 부쩍 '입봉(연출 데뷔)' 감독들의 작품의 주연을 많이 맡았다. '연애술사', '만남의 광장', '궁녀', '달콤한 거짓말'까지 그렇다.
"기존 감독님들이 저를 안 좋아하시나봐요. (웃음) 시나리오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남자 중심의 작품들이 많았어요. 입봉 감독님과는 현장에서 함께 맞춰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좋죠."
감독과 함께 대화로 풀어 나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박잔희가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는 배우로 성장했다는 뜻도 된다. 그는 어느덧 촬영장에서 조한선(27), 이기우(27), 김동욱(25) 등 '남동생'들을 줄줄이 거느리게 됐다면서 여배우로서 30대로 넘어가는 길목을 순조롭게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들 제법 누나 대접을 해주더군요. (웃음) 저는 30대로 잘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20대만 할 수 있는 역을 바짝 해야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거든요. 서른을 넘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슬프지도 않고요. 배우는 배역과 함께 나이를 먹고, 같이 살아 나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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