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일본에서 한류가 과거처럼 붐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핵심 마켓은 있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류 스타들의 성장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일본인들이 본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속성을 감안해 몇차례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일본 최대 미디어 에이전시 덴츠(電通)의 TV국 기획추진부 엔도 미치코(遠藤道子) PD는 "이제 일본에서는 한국 드라마 팬층이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그 고정팬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든지 플러스 알파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달 10일 첫선을 보이는 SBS TV '스타의 연인'의 제작발표회 참석차 최근 방한한 엔도 PD를 '스타의 연인' 제작사 올리브나인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덴츠는 2006년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에 이어 '스타의 연인'으로 한국 드라마의 공동제작에 참여했다. 또 지난해 MBC '에어시티'와 내년 상반기 방송될 SBS '카인과 아벨'에는 투자자로 참여했다. 엔도 PD는 그 실무 책임자다.
한류가 하향세라고 하는데 왜 한국 드라마에 공동제작으로 참여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엔도 PD는 "덴츠가 '재미있겠다',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알려져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드라마와 손잡고 세계를 향한 드라마를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나 역시 일본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크지만 일본 드라마는 제작 편수도 적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데 있어 배우들의 초상권이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그런 제약이 별로 없고 해외 마켓도 어느정도 구축돼 있기 때문에 사업성 면에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은 초상권에 관한 제약이 엄격해 신문에서도 함부로 연예인 사진을 쓰지 못할 정도다. 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아직까지는 그러한 제약이 적어 일단 제작한 콘텐츠의 활용도가 높다. 저작권이 그만큼 허술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공격적 마케팅이나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장점이 된다는 설명.
엔도 PD는 "한국 드라마는 가족이나 애정 문제 등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다루고 있어 세계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 또 긴장감이 강하고 역동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지우가 주연을 맡은 '스타의 연인'에 대해 "일본 길거리에서 '한국 여배우 중 누구를 아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최지우 씨 이름을 댄다"면서 "최지우라는 한류 스타의 파워가 크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풀하우스', '궁',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일본에서는 미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의 팬 층이 비슷한 규모다. 시청률도 비슷하게 나온다"면서 "한류가 '겨울연가' 때처럼 붐을 이루진 않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류 스타의 힘이 큽니다. 한국 배우들은 키도 크고 스타일이 좋으며 연기를 잘해요. 배용준 씨가 여전히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또다른 새로운 스타들이 더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한류가 불었지만 국내에서는 일본 드라마와 음악에 대한 팬층이 날이 갈 수록 늘어가고 있다.
"서울에 오면 도쿄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고는 해요. 그만큼 양국은 가깝고 비슷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유통이 쉽게 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한국에서는 스마프를 좋아하지요. 이러한 정서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양국이 손을 잡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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