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작가협회)가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영화산업협력위원회에서 영화 관람료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해 이 문제가 공론화하고 있다.
제작가협회 여한구 부위원장은 이날 "영화 관람료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오랫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영진위가 시장 상황에 맞게 관람료를 7천원에서 9천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제작가협회의 이런 언급은 2001년 이후 영화 관람료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영화계는 최근 몇년간 극심한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제작가협회가 영진위에 관람료 인상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지만 사실 관람료는 개별 극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문제다. 관람료는 보통 7천원이지만 이는 극장들이 서로 눈치보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가격이다.
극장들이 일제히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담합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영진위 같은 국가기관이 나서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 셈이다.
영진위의 강한섭 위원장 역시 이날 회의에서 "관람료 인상 문제를 이 자리에서 논의하면 사전 담합의 우려가 있으니 이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제작가협회가 관람료 인상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은 외국에 비해 한국의 영화 관람료가 싼 편인데다 양질의 영화가 안정적으로 제작되려면 관람료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작가협회의 여 부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01년에 비해 물가는 20% 가량 올랐는데 영화 관람료는 그대로"라며 "그 사이 제작비는 대폭 늘어났고 관객들의 눈 높이 역시 높아졌지만 제품의 판매가라고 할 수 있는 관람료가 그대로다. 이 때문에 결국 영화의 '품질'이 낮아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람료를 결정하는 주체인 극장 역시 가격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마련된 영화인 간담회에서 영화상영관협회의 이창무 회장은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제작비도 올라갔으며 극장도 편의시설 확충에 노력했지만 7년간 영화 관람료는 제자리라 영화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입장료 인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관람료 인상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에 있다.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관계자는 "상용매출(티켓판매로 인한 매출)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 이미 오래됐지만 가격 문제는 영화팬들의 강한 반발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서 눈치만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가격을 올린다면 네티즌들을 포함한 영화팬들의 반발이 얼마나 심할지는 눈에 보일 정도로 명확하다"며 "다른 멀티플렉스 체인도 가격을 올릴 것인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동시에 요금담합도 피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서 개별 극장이 적극적으로 요금 인상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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