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과 '무영검'을 거치면서 그녀는 액션 스타로 떠올랐다. 171㎝의 날렵한 몸매와 뛰어난 운동신경은 큰 스크린에서 빛이 났다.
하지만 브라운관으로 옮겨오면 그녀는 전혀 달라졌다. '사랑한다 말해줘', '굿바이 솔로' 등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사랑의 상처와 아픔에 눌려 힘들어하는 비련의 여인이었다.
그렇게 지난 5년간 스크린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가 이번에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역을 맡아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BS TV 주말극 '유리의 성'에서다.
윤소이(23)는 "연기에 대해 새롭게 눈 뜨고 있는 중이다. 대 선배님들과 작업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유리의 성'은 여러가지로 그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미니시리즈만 작업하던 그로서는 50부작 긴 호흡의 드라마가 처음인데다 액션이나 멜로가 아닌 또다른 장르를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서 있다.
"17부 대본을 받아드는 순간 느낌이 묘했어요. 한 작품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는 느낌이었어요. 이제 30회를 향해 가는데 드라마는 지금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니 세 번째 드라마를 찍는 기분이에요."
극중 그가 맡은 민주는 가난한 집안 환경을 극복하고 방송사 아나운서가 된 커리어 우먼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얼마 해보기도 전에 재벌2세 준성(이진욱)의 열렬한 구애를 받아 휴직을 하고 결혼을 한다. 주변에서는 민주의 '신분 상승'을 모두 부러워하지만 민주에게는 결혼이 곧 감옥이 된다.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다르면 같이 사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물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저를 못마땅해하는 시어머니도 이해할 수는 있어요. 양가의 빈부의 격차가 워낙 심하고 환경도 다르니까요. 내 옷이 아닌데 억지로 껴맞춰 입으면 분명히 탈이 나는 것 같아요."
오직 남편에 대한 사랑만 믿고 씩씩하게 견디던 민주는 그러나 시어머니로부터 무시당하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서서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된다. 남들이 동경하는 재벌가에 시집왔지만 그곳은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유리의 성'이었다. 드라마는 이제 고부 갈등을 첨예하게 다루게 된다.
"아직까지 실제의 저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결혼 생활이 진짜 이렇다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은 해봐요. 저 같으면 처음부터 이렇게 맞지 않는 옷은 안 입을 것 같아요."
주로 또래들과 작업해온 윤소이는 이번 작품에서 선배들이 해주는 조언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말했다.
"시아버지로 나오시는 박근형 선생님이 시간 나고 틈이 나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속에서 연기의 자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맞는 말씀 같아요. 언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지 모르잖아요. 또 박원숙 선생님은 매주 대본 연습 때마다 제 연기를 잡아주시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점들을 지적해주시는데 이런 연기 공부가 어딨어요."
2004년 '아라한 장풍대작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기에 데뷔한 윤소이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그 이후 슬럼프도 있었지만 인생에는 굴곡이 있다고 생각하며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일이 되려면 어떻게 해도 제 것이 되고, 안 되려면 어떻게 해도 안되더라구요. 어차피 '얼짱'으로 데뷔한 것도 아니고 아이돌 스타도 아니었기 때문에 인기에 현혹되지는 않아요. 다만 어떤 역이 주어져도 연기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려고 합니다."
윤소이는 이 드라마 초반 성형 의혹에 시달렸다. 그는 네모난 턱이 특징인데, 턱 선이 부드러워졌다는 의혹이 있었던 것.
"어차피 중성적인 외모, 튼실하고 네모난 턱은 제가 타고난 특징인데 그걸 고쳐서 어쩌겠어요. 초반에는 카메라 감독님이 좀 신경을 써주셔서 턱의 각을 좀 부드럽게 해주셨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성형설이 쏙 들어가던데요? (웃음) 전 그저 피부만 좀 더디 늙기를 바랄 뿐이에요. 시청자들이 제 얼굴에 적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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