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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724 기방난동사건' 여균동 감독
2008-11-23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1990년대 초중반이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시기라고 본다면 여균동(50) 감독의 데뷔작 '세상 밖으로'(1994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탈옥수가 등장하는 블랙코미디 '세상 밖으로'는 한국 영화에서 문어체 영화와 이후 구어체 영화를 나누는 분수령이다.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나온 육두문자는 충격이라고 할 정도로 사실적이었고 어색한 문어체 대사는 이후 영화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여균동 감독이 다음달 4일 '1724 기방난동사건'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여 감독이 2000년의 '미인' 이후 8년 만에 충무로 주류 영화계에서 만든 영화다.

2004년 총선 당시 출마의 뜻을 갖기도 했던 그는 2005년에는 저예산 영화 '비단구두'로 잠시 영화계에 복귀했지만 일부 극장에서만 관객과 만났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주류 영화에 복귀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본격적인 상업영화는 처음 해본 셈"이라며 "이번 영화를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건달 이야기'는 어떻게 영화화하게 됐나

▲내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원래 있던 기획 프로젝트였다. 지금의 건달 이야기를 조선 시대에 가져다 놓으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였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사극이라면 지금까지는 왕조사에 치우친 게 많았으니 관객 입장에서 색다른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 싶더라. 분명히 조선 뒷골목에도 술집이 있고 기생도 있고 활기차고 재미있는 얘기가 많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1724년은 경종이 죽고 영조가 즉위한 해다. 문화적으로 르네상스 시대였던 영ㆍ정조 시절 민중들의 얘기를 다뤄보고 싶었다.

--만화 원작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만화 같은 비주얼이다.

▲그 시절 민중들에 대한 사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현대식으로 시대를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나 인물이나 다 '구라'(거짓말)로 풀 수 밖에 없었다.

'뻥'(과장)을 치려고 했다. 주먹계 하면 전설이 많다. 술과 주먹과 여자에 대한 신화는 확인이 안되는 얘기니 꼭 만화같은 느낌이다. 문제는 어떻게 표현하는가 인데 컴퓨터그래픽을 담당하는 장성호 디자이너가 참 잘해줬다.

--'미인' 이후 오랜만에 주류에서 만드는 영화에 복귀하는 셈이다.

▲내 나이의 감독에게는 '대중의 코드'라는 고민이 검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있다.(웃음) 마침 한국 영화가 여러 이유로 어려워지고 있어서 특히 그렇다.

이런 저런 영화를 생각해봤는데 참 착하기만 하고 돈이 안되는 얘기더라. 남의 돈을 들여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열함과 공부가 덜돼 있었던 것 아니겠나.

이번 영화에서 내 마음이 편한 것은 아이디어나 대중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떠다니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공부해보자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됐다. 욕심도 덜 내고 사람들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이전 방식 만큼 이번 방식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천둥(이정재)과 만득(김석훈)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계급을 부정하는 천둥과 계급 체계에 속해있는 만득이 격돌해 결국 천둥이 승리하는 얘기다. 그동안 영화에 대해 '생각 없이 즐겨만 달라'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계산을 넣은 것 아닌가.

▲아무래도 계산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물 배치나 갈등은 어떤 식이 되더라도 현재의 내 마음이 비쳐진 것 일테니까. 못났지만 천둥같은 영웅이 제약이 많은 사회에서 이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다.

--'세상 밖으로'에서처럼 이번 영화도 욕설이 많이 나온다.

▲욕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웃음) 욕에도 들으면 기분 나쁜 욕이 있고 친근한 욕이 있다. 말투가 어렵기만 하면 요즘 사람들이 사극을 보겠나. 욕이 많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말투, 또는 요즘 말투인 셈이다.

--차기작으로는 어떤 영화를 생각하고 있나.

▲머릿속에 생각이 아주 많다.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지만 꾸준히 머리를 맴돌고 있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만든 영화가 흥행한 적도 있고 흥행에서 실패한 적도 있다. 한동안 돈이 안되는 '착한' 영화만 떠올랐는데 '기방난동사건'에서 공부한 뒤에는 이 두가지가 서서히 만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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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