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촬영에 들어가기 전 근영씨를 여자로 보지 말아야한다는 다짐을 합니다. 남장한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호흡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해요."
SBS TV '바람의 화원'에서 기생 정향 역을 맡은 신예 문채원(22)은 남장 여자를 상대로 연기를 펼쳐야하는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극중 신윤복 역의 문근영과 함께 '닷냥 커플'로 부상하며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종영을 2주 앞두고 여전히 '쪽대본'에 정신이 없는 그를 17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이날 용인 민속촌에서 자신의 촬영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었다.
"19일 방송 대본이 오늘 나와서 정신이 없다"는 문채원은 "아직도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몰라 나도 너무 궁금하다"며 웃었다.
네티즌들이 신윤복-정향에게 '닷냥 커플'이라는 별칭을 붙인 것은 신윤복이 금기인 정향에게 가야금 연주를 청하며 고작 다섯냥을 건네면서부터다. 턱없이 적은 돈이었지만 연주를 듣고 싶어하는 신윤복의 절박한 마음을 알아차린 정향은 가야금을 켠다. 이후 둘은 극에서 절절한 멜로 라인을 형성한다. 다만 그 '멜로'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실제로는 여자와 여자가 감정의 교감을 나누는 것이라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동성애로 몰아가거나 그것 때문에 두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예쁘게 봐주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닷냥 커플'이라는 예쁜 별칭을 붙여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그 이후에는 좀더 자신감과 용기를 갖고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는 신윤복과 정향의 감정 교감에 대해 "예인 대 예인,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아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향은 한낱 기생인 자신을 예우해주는 윤복에게 끌렸어요. 윤복은 정향을 기생이 아니라 예인으로 대우해줬잖아요. 또 서로가 서로의 상처와 고민을 잘 알고 있구요. 그러니 마음이 통한 것이죠."
"근영씨를 보면 '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라고 주문을 건다. 그런 주문의 시간이 있어야 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며 웃은 그는 "그런데 조만간 극중에서 신윤복이 여자라는 게 드러날 것이라 고민이다. 정향의 충격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 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선화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추계예대 미대로 진학한 문채원은 1년 만에 학교를 자퇴했다. 지난해 SBS TV 청소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를 계기로 연기의 세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대학에 들어가서 그 생각이 확실해졌다"는 그는 영화 '울학교 이티'를 거쳐 세 번째 작품인 '바람의 화원'을 통해 주목을 받고 있다.
"문근영 씨, 박신양 선배님 등 평소 좋아했던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해 영광이고, 성인 연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멜로 라인까지 있어 여러가지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사실 사극은 저랑 먼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출연하게돼 운이 좋은 것 같아요."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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