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탤런트 도지원(40)은 TV 드라마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배우가 아니다. 최근 출연한 MBC TV 2부작 '우리들의 해피엔딩'을 제외하면 2002년 비슷한 시기에 종영한 SBS TV '여인천하', '엄마의 노래' 이후 출연한 드라마는 2005년 SBS TV '토지' 뿐이다.
가물에 콩 나듯 브라운관을 찾고 있지만 출연할 때마다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여인천하'에서는 '뭬~야'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경빈 박씨로 열연했다. '토지'에서는 조준구의 아내 홍씨 부인 역을 맡아 주인공 최서희를 상대로 극악한 연기를 펼쳤다.
도지원이 19일부터 전파를 타는 MBC TV '종합병원2'로 3년 만에 시리즈 드라마에 출연한다. 현대극으로는 '엄마의 노래' 이후 사실상 6년 만이다.
"그동안 드라마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어요. 저는 여린 성격의 연기도 잘 해 왔는데 '여인천하' 이후 카리스마가 부각되는 배역 제의만 계속됐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들의 해피엔딩'은 따뜻한 내면을 드러내는 캐릭터라 출연하게 됐어요. 이번 드라마의 배역도 강한 듯하지만 사적으로는 여자다운 면을 가진 인물이라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종합병원2'에서는 응급실을 책임지는 응급의학과 스태프의사 송혜수 역을 맡았다. 응급실 안에서는 긴박한 일을 척척 해결하는 '여장부'지만 선배 의사 김도훈(이재룡 분) 앞에서는 가녀린 여자가 되는 인물이다.
그는 캐스팅된 후 응급실을 들락거리며 의사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살펴봤다. 사흘 동안 병원에 직접 머물며 수술 장면 등을 보며 의사로서의 감을 익혔다.
"심폐소생술 등을 배우며 여러 체험을 했지요. 그러면서 의사에 대해 가졌던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게 보통 일이 아니며, 의사는 참으로 고달픈 직업이라는 것을 체감했어요."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서 노도철 PD와는 '우리들의 해피엔딩'에 이어 연속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 노 PD는 MBC TV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 메이트' 등을 연출했으며 '종합병원2'는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이다.
"노도철 감독님은 상당히 꼼꼼한 편이며 하나씩 짚어가며 세밀하게 촬영하는 분입니다. 저와 스타일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감독님은 본인이 생각한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수십 번 촬영을 반복하는 고집을 가졌지요. 편집과 연출 스타일도 독특한 것 같습니다."
노 PD의 꼼꼼한 촬영 덕분에 육체적으로 심한 고생을 한 적도 있다. 구급차용 침대 위의 좁은 공간에서 환자 위에 올라가 3~4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는 연기를 했던 것.
"침대 위의 공간이 좁아서 양무릎을 올려놓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침대 양끝에 무릎을 겨우 걸쳐 놓은 채 반복해서 촬영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지요. 이 장면을 찍은 후 다리와 허리에 무리가 생긴 바람에 3일 동안 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원작의 후속편에 출연한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2편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1편을 일부러 찾아서 보지는 않았어요. 1편의 장면을 자세하게 아는 것보다 어렴풋한 느낌을 갖고 연기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1편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갖지 않는 게 낫지요. 오히려 2편만의 색다른 느낌을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실제 모습보다 화면 속 이미지가 더 강한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싫은 소리를 잘하지 못하고 숫기 없는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웃으며 "나에게 없는 면을 끄집어내서 표출하는 것이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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