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매력적인 악녀 연기는 여배우라면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대상이다. 표독스러운 악녀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으며 새롭게 조명되기도 한다.
최근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공현주가 극중 호세(박재정)와 새벽(윤아)의 사랑의 훼방꾼인 김수빈 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현주는 때로는 광선을 뿜을 듯한 눈빛을 가진 질투의 화신으로, 때로는 자신의 뜻대로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한없이 슬퍼하는 여인으로 분하며 악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구회사의 디자인 팀장인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 앞에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모습은 '너는 내 운명' 속 갈등의 핵심고리이다.
"미운 정이 쌓여서 그런지 욕도 굉장히 많이 하지만 수빈이를 많이 기억해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악녀 이미지가 생겨도 오히려 좋아요. 시골 산골짜기에 가도 반겨주시고 안타까워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유 있는 악역이어서 자괴감보다는 쾌감을 느껴요."
아무리 지독한 악녀라고 해도 악행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현실성 없는 '들러리'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나 '너는 내 운명'속 공현주는 바다에 뛰어들거나 새벽이 만든 작품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의 무리한 행동을 하면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회를 거듭하면서 솔직한 수빈이를 이해하시는 분들이 생기고 역할에 대한 애착도 생겼어요. 평소에는 수빈이 현실적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이성을 잃을 수가 있고 극단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이 속으로 생각하지만 감추는 부분들을 수빈이는 표현해서 통쾌한 것 같아요."
강렬한 눈매 탓에 악녀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만 실제 모습은 반대여서 수빈 역을 맡고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수빈이는 실제 제 모습하고는 전혀 달라요. 처음에는 그런 모습을 제가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고 주변에서도 걱정했어요. 가끔 새벽이를 째려보는 장면을 보면 저도 놀랄 때가 있어요. 이번 작품 통해 그동안 모르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해서 굉장히 기분 좋아요."
2001년 슈퍼모델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한 공현주는 SBS 드라마 '아내의 반란', KBS 드라마 '웨딩' 등을 거쳐 지난해 '꽃 찾으러 왔단다'에 출연했다. 악녀와는 거리가 멀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후 SBS '황금신부'에서 이영아와 송창의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에 이어 본격적인 악녀 도전인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주목받게 된 것.
"악역 이미지가 굳어질까 우려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사실 계속된 악역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정도로 많은 작품을 안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반응도 좋았어요. '황금신부'에 이어 '너는 내 운명'이 시청률이 높아서 악녀 이미지를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지난 5월부터 방송된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오랜 시간 수빈으로 살면서 사랑에 대한 공현주의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떠난 사람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 극중 새로운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겨 든든하네요."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도 이번 작품을 통해 달라졌다.
"선생님들은 물론 윤아에게도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됐어요. '너는 내 운명' 방송시간에는 손님도 받기 싫다고 말한 식당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처럼 시청자들에게 삶의 재미와 긍정적인 영향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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