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SBS TV '타짜'의 냉혈한 타짜 아귀,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의 넉넉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방송사 드라마 국장, KBS 2TV '대왕세종'의 현명한 충신 황희.
김갑수(51)가 전혀 다른 세 가지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가을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다. 세 캐릭터 모두 중견 배우들이 익숙하게 맡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니라 독립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천의 얼굴' 김갑수의 내공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층도 사로잡고 있다. 일주일에 7일을 모두 촬영장에서 보내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요즘 최고로 바쁜 것 같다.
▲사실 지금껏 계속 두, 세 편씩은 해왔던 것 같다. '무인시대'와 '해신', '토지'도 몇달간 세 편을 동시에 촬영했다. 하지만 촬영이 겹쳤던 것이지 방송이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됐던 적은 없었다. 특히 '타짜'와 '그들이 사는 세상'의 경우처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얼굴을 내민 적은 처음이다. 방송사들의 편성이 뒤바뀌며 그렇게 됐지만 어찌됐건 결과적으로는 시청자들께 죄송하게됐다.
--집에서 잠은 잘 수 있나.
▲한달 전부터 집에서 잠을 못자고 있다. 거의 차에서 이동 중에 잔다. 굉장히 고생스럽다. 또 세 드라마 모두 촬영장소가 멀리 떨어져있어 더 힘든 것 같다. 하루에 차의 기름을 두번 씩 넣을 때도 있다. 집에는 어쩌다 들러 빨랫감을 놓고 나오는 정도다. 집에서 나올 때는 갈아입을 옷을 많이 챙겨나와야 한다. 특히 양말과 속옷이 많이 필요하다. 밤샘 촬영만 안해도 살 것 같은데….
--세 드라마를 하면서 헷갈리지는 않나.
▲많은 분들이 그것을 물어보신다. 스태프도 물어보더라.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게 헷갈리면 연기를 어떻게 하겠나. 다만 잠이 부족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촬영에 임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대사는 미리미리 외워야하기 때문에 '대왕세종' 촬영장에서 '타짜' 대사를 외우고, '타짜' 촬영장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 대사를 외우는 식이다. 머리가 좀 아프긴 하다.(웃음)
--어떻게 세 편을 동시게 하게 됐나.
▲'대왕세종'이야 한참 전에 들어간 것이고, '타짜'도 일찌감치 캐스팅됐다. 심지어 SBS에서는 '대물'과 '타짜' 모두 출연 섭외가 왔다가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 '타짜' 제작진이 이겨 '타짜'에 출연하게 됐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표민수 감독과 과거 '슬픈 유혹' 이후 꼭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그동안 계속 엇갈렸다가 이번에 겨우 만나게 된 경우다. 사실 "내가 스케줄을 다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제작진에게 토로하기도 했지만 각 제작진들이 모두 "할 수 있다"고 하더라.(웃음)
--'타짜'의 아귀 역이 특히 인상적이다. 영화 '타짜'의 아귀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영화 '타짜'를 못봤고 원작 만화도 잘 모른다. 또 실제의 나는 화투도 못치고 도박을 안 좋아한다. 그런데 제작진이 아귀가 '굉장히 나쁜 놈'이라며 맡아달라고 하더라. '얼마나 나쁜 놈인가 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나쁜 놈이더라.(웃음) 동시에 드라마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이고 중요한 역할이더라. 나만의 아귀를 창조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지금 보이는 아귀가 바로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아귀의 말씨가 충청도와 호남 사투리 서울말을 섞은 듯 한 것 역시 내 설정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드라마 국장의 모습도 화제다.
▲요즘 표정관리를 잘해야할 것 같다. 두 드라마가 동시에 붙다보니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할지 고민이다.(웃음) 제작진들이 "형 때문에 시청률 떨어지기만 해봐라"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두 드라마에 동시에 출연하니 참 곤혹스럽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약을 신뢰하지 않는다. 약은 먹자마자 효과를 보지 않으면 안 믿는다. 세상에 그런 약이 어딨나.(웃음) 그냥 마음을 편히 먹고 밥 잘 먹는다. 세 드라마를 하느라 힘들지만 급하지 않게, 쫓기지 않으려 노력한다. 쫓기는 것도 다 스트레스 아니겠는가. 바빠도 '잘 되겠지' 하는 낙천적인 생각으로 살아간다.
--또 다른 드라마에 들어가나.
▲사실 안 그래도 최근에 한 드라마 출연은 "도저히 안되겠다"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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