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재중동포 감독 장률의 영화 '중경'과 '이리'가 다음 달 6일과 13일 잇따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장률 감독은 전작 '경계'가 작년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있다.
옌볜대 중문학 교수에 소설가였던 장 감독은 단편 데뷔작 '11살'(2001년)이 베니스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오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2번째 장편 '망종'(2005년)은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의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ACID)상과 이탈리아 피사로영화제 대상을 타며 호평을 받았다.
각각 장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4번째와 5번째 장편 영화인 '중경'과 '이리'는 사실 한 영화로 기획됐다가 분리돼 2편의 연작 영화가 됐다.
1977년 이리(현재의 익산)역 폭발사고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준비하던 장 감독은 중국 중경(충칭ㆍ重慶)과 한국의 익산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한 영화에 담을 계획이었지만 결국 '중경'과 '이리' 두 영화로 나눴다.
공동제작사며 배급사인 스폰지는 두 영화를 스폰지 하우스와 아트플러스 극장체인에서 번갈아 상영할 예정이다.
◇ 중경 = 주인공은 쑤이(거쿼이)는 외국인들을 가르치는 중국어 강사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평범해보이던 쑤이의 삶은 아버지가 구속되면서 흔들린다. 매춘여성을 상대한 아버지는 경찰서에 불려가지만 왕 경관(허궈펑)의 도움으로 무사히 풀려난다.
고마움의 뜻으로 왕 경관에게 몸을 허락하는 쑤이. 하지만, 왕 경관에게 여러 명의 애인이 있음을 알고 분노하게 되고 절망에 빠진다.
쑤이에게 희망의 빛은 중국어 학원의 한국인 학생인 김광철에게서 온다. 그는 이리역 폭발사고로 가족을 잃고 중국에 와 있다. 광철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 쑤이는 그에게 의지하지만 광철이 몽골로 떠나자 다시 절망한다.
장 감독의 카메라는 쑤이의 초라하고 우울한 삶을 극단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롱테이크로 고즈넉하게 응시한다. 비극과 비극이 맞닿는 지점에서 쑤이는 다시 절망하고 괴로움의 나락으로 더 깊숙이 빠져든다.
우울한 인물에 줄거리는 절망으로 뒤범벅돼 있지만 감독은 그곳에서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한국에 건너간 쑤이는 '이리'의 등장인물이기도 하다.
◇ 이리 = 장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촬영한 영화다. 장 감독은 그동안 한국 영화사와 함께 작업을 해왔지만 전작들의 배경은 중국과 몽골 등이었다. 윤진서, 엄태웅이 주인공 남매 역을 맡았다.
'이리'에서 감독은 한국으로 들어오며 이리역 폭발사고에 한층 가깝게 접근한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진서(윤진서)와 태웅(엄태웅) 남매는 이후 30년간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
이젠 이름도 익산으로 바뀌었고 사고 사실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졌지만 사고 당시 엄마의 뱃속에 있던 진서의 가슴에는 그날의 상처가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어수룩한 진서에게 주변 남자들은 끊임없이 고통을 가하고 진서는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뢰하는 오빠 태웅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
태웅은 진서를 지켜내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진서의 괴로움은 태웅에게도 감당해내기 힘든 것이다. 세상에 대한 분노가 쌓여가던 태웅은 마침내 진서를 데리고 바다로 향한다.
'중경'과 마찬가지로 감독이 보여주는 화면은 슬픔에 힘겨워하는 자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고 줄거리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내달린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개막한 제3회 로마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 '시네마 2008' 초청작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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