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다의 노래> Songs From the Southern Seas 마랏 사룰루 | 카자흐스탄, 프랑스, 독일, 러시아 | 2008년 | 82분 | 아시아영화의 창 | 14:00 부산2
“아기 머리가 왜 검은색이지?”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며 재차 묻는 러시안 이반(블라디미르 야보르스키). 그는 아내 마리아(이리나 아게치나)가 산후조리를 마치자마자 옆집의 카자흐스탄인 아산(드자이다르벡)과의 아기가 아니냐며 구타한다. 이반의 의심이 깊어질수록 옆집 아산 부부와의 관계는 멀어진다. 15년 뒤, 그의 아들 샤샤는 말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만큼 장성했다. 이반은 “왜 학교에 안 가고 말만 타냐”고 괜히 아들을 못마땅해 하고, 아들 역시 “저에겐 이게 더 중요해요”라고 자신에게 애정을 쏟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한다. 스스로 가족, 이웃 사이에 벽을 세워 삶에 의욕을 잃은 이반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로부터 가족의 뿌리(역사)에 대해 듣는다. 이야기는 이반이라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중앙아시아의 민족, 혈연에 관한 역사이야기로 훌쩍 뛰어넘는다. 키르키즈스탄 출신의 마랏 사룰루 감독이 카자흐스탄에서 만든 이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혈연을 중요시 여기는 중앙아시아의 모습을 진지하게 담아낸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지리적 특성만큼 자신의 혈연공동체에 대한 집착도 강한 법. 하지만 이런 사회풍토를 두고 할아버지는 아들의 머리색에 집착하여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이반에게 “함께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지 피부색이나 종족은 중요하지 않단다”라고 일침 한다. 배우들의 훌륭한 앙상블 연기와 더불어 국내에 다소 생소한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자연풍경을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