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의 아이들> Children of the Pyre 감독 라제쉬 잘라 | 인도 | 2008년 | 74분 | 컬러 |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경쟁 | 10:00 메가박스2
제3세계의 아이들은 어느 덧 다큐멘터리의 보고가 됐다. 끼니를 잇고자 일터로 나선 이 아이들이 온갖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노동을 하는 모습은 굳이 많은 설명과 연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의 모습을 담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마음은 쓰라릴 테니 말이다. <화장터의 아이들> 또한 감독의 시선보다 소재가 가진 아픔이 먼저 다가오는 다큐멘터리다. 인도 바라나시의 화장터에 사는 아이들에게 남의 죽음은 자신의 밥줄이다. 영화는 시체들의 수의를 벗겨 장의사에게 되팔면서 생계를 잇는 7명의 아이들과 대화한다. 5살 때부터 일을 시작해 15살까지 약 1천구가 넘는 시체의 옷을 벗긴 아이도 있고, 다른 아이가 차지한 수의를 때리고 협박해 뺏는 아이도 있다. 몰래카메라로 담아낸 듯한 그들의 악전고투는 마치 약육강식의 동물다큐멘터리르 보는 듯 하다. 왜 아이들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가족들이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엄마도 처음에는 이 일을 반대했지만, 내가 돈을 갖다주니까 아무 말이 없었어요.” 화장터에 살면서 아이들이 잃은 건 아이다움만이 아니다. 일이 너무나 고된 아이들은 매일 20개가 넘는 담배를 씹고, 시체를 태우며 나는 연기는 화장터를 뒤덮는 동시에 아이들의 등과 팔에 수포를 일으킨다. 생계를 위해 남성들의 눈요깃 댄서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인도 여자들의 이야기인 또 다른 와이드 앵글부문 상영작 <댄서의 꿈>과 짝을 이루는 작품일 듯. 제3세계는 아직 수많은 보고서가 필요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