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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어드벤처 <마꾸나이마>
이영진 2008-09-05

<마꾸나이마> Macunaima 호아킴 페드로 데 안드라데/브라질/1969년/105분/컬러/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아마존 밀림에서 바나나와 여자를 탐하던 마꾸나이마는 노모가 죽자 형제들과 함께 리우 데 자네이루로 향한다. 지능은 떨어지지만 수려한 외모 덕분에 여성들의 구애를 끊임없이 받는 마꾸나이마는 게릴라 여전사와 사랑에 빠지고, 폭탄 테러로 연인을 잃게 되자 형제들과 함께 복수에 나선다. 간신히 줄거리 요약을 하긴 했지만, <마꾸나이마>는 익숙한 내러티브의 영화는 아니다. 난해하다기 보다 엉뚱하다. 쭈글쭈글한 노모가 서서 이미 성장한 마꾸나이마를 낳질 않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마꾸나이마가 어느날 갑자기 마리화나를 한 대 피우고 멋진 백인으로 변신하지 않나. 마꾸나이마와 함께 버스를 집어타고 도시로 떠난 이들 또한 형제라고 서로를 부르지만 닮은 구석을 찾기 어렵다. 발가락이라도 닮긴 한 걸까. 어쨌든 로드무비 형식의 <마꾸나이마>의 목적지를 간파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잡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얼간이 3형제의 좌충우돌 어드벤처라고 줄여 부르기에는 아쉬운 <마꾸나이마>는 특별한 코미디다. 브라질 시네마 노보 운동의 기수 중 한 명인 감독은 <로빈 후드>와 같은 영웅담을 빌어오되, 그 안에 이질적인 캐릭터를 이식해 익숙한 신화의 구조와 그 이데올로기를 뒤집고 깨부순다. 멍텅구리 마꾸나이마가 식인 마녀와 탐욕스런 거인들을 상대할 때 꺼내드는 무기를 보라. 정말이지, 별게 없다. 어이없는 우연 아니면 믿지 못할 주술이다. ‘마꾸나이마’라는 영웅 아닌 영웅은 그렇게 우리에게 조롱도, 경배도 아닌 다른 방식의 반응을 갈구한다. 관객들은 백인 노모가 흑인 아들 마꾸나이마를 낳는 첫 장면부터 폭소로 반응하겠지만, 그 웃음의 뒷편을 슬쩍 보려들면 20세기 남미의 의미심장한 풍경들이 복잡한 도화선처럼 얽혀 있기도 하다. 참고로 주인공 마꾸나이마는 2명의 배우가 나눠맡았다. 흑인 마꾸나이마는 당시 브라질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그란데 오텔로가, 마법에 걸린 백인 마꾸나이마는 파울로 호세가 맡았다. 두 배우는 마꾸나이마의 어린(?) 아들과 마꾸나이마의 엄마(!)로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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