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퇴 사건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애초 관련 당사자들의 함구로 정확한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최민 조직위원장과 김소영, 정성일 두 프로그래머가 사퇴 배경에 관해 입을 열었다. 세 사람은 영화제 좌초위기를 막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이유에 관해선 다른 진단을 내렸다. 최민 조직위원장은 “김소영 프로그래머가 지난해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면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두 가지 일을 같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퇴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고 스스로 사직서를 냈다. 정성일 프로그래머는 김소영씨의 복직을 요구하며 사직해 1월30일 최종수리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소영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11월 사직서를 내기 훨씬 이전, 1회 영화제 때부터 전주시쪽의 지속적인 압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대안영화제, 디지털영화제를 표방한 전주영화제를 마니아용 영화제로 판단한 전주시가 당시 프로그래머들을 못마땅하게 여겼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소영 프로그래머는 “사직서를 내긴 했지만 비유하자면 자꾸 벼랑으로 몰고서 떨어지니까 자살 아니냐고 하는 식”이라고 설명한다. 양쪽 주장이 왜 달라지는지는 능히 짐작할 만하다. 좀더 대중적인 영화제를 기대한 전주시와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둔 프로그래머가 한배를 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셈이다. 김소영, 정성일 두 프로그래머는 “조직위가 재신임한다면 다시 일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딪혀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2회 영화제를 기다리는 관객을 허탈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 최민 조직위원장 역시 “2회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직위가 두 프로그래머를 재신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미 서동진, 앙트완 코폴라 등을 프로그래머로 위촉했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두 프로그래머를 복귀시키는 게 최선이라는 걸 전주시만 모르고 있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