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수업도, 무술공연도 좋았다. 하지만 액션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액션영화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첫 수업을 시작한 7월19일부터 폐막을 하루 앞둔 22일까지, 환상영화학교에 참석한 서른 명의 감독은 네 조로 나뉘어 네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시나리오부터 촬영까지, 영화를 만들며 이들이 거쳐야 했던 고민의 흔적을 뒤쫓아보았다.
1. 시나리오랩
스무 명 넘는 수강생이 한데 모여 듣는 편집분석 강의와 달리, 시나리오 수업은 열 명 내외의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적은 인원인 만큼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한 강사의 꼼꼼한 첨삭이 돋보이는 수업이었다. 7월22일 강의에서 집중 지도를 받은 학생은 <기술직 공무원을 만나다>를 만든 정동락 감독. 강의를 맡은 <거칠마루>의 김진성 감독은 미리 준비된 평가 기준에 맞춰 학생의 작품을 찬찬이 분석했다. "광우병을 소재로 만든 건 시의성 있고 좋아보이는데, 인물이 싸우는 이유가 더 복잡했으면 좋겠다. 보여지는 갈등 말고, 숨겨진 갈등이 있으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 같다." 한편 함께 수업을 듣던 신재영 감독도 "이야기를 듣고 보니 광우병 20년 후의 모습을 다루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적받은 부분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필기하는 정동락 감독을 보니 수정된 시나리오는 훨씬 더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 같다.
2. 편집분석랩
"액션을 알면 영화 연출의 대가가 될 수 있다." 7월21일 편집분석랩의 강의를 맡은 이명세 감독이 몇 번이고 되풀이한 말이다. ’액션=화려한 퍼포먼스’가 액션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라면, 이명세 감독의 액션론은 좀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난 이소룡 영화가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해. 이소룡의 동작이 뛰어나지, 영화가 뛰어난 건가? 이소룡의 폭발적인 액션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건지가 더 중요한 거다. 그가 죽기 전에 날 만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웃음)" 이 감독에게 액션이란 영화의 한 장르가 아닌, 모든 영화의 근본이 되는 요소다. 즉, 퍼포먼스를 구상하기 전에 영화 전체의 궁극적인 메시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액션영화 연출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수강생들은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형사>의 일부 장면을 감상하며 이 감독의 이론을 직접 눈으로 익혔다. "박중훈과 박상면이 달밤에 옥상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이 있다. 내가 탱고를 추라고 주문했더니, 다들 어리둥절한 눈치더라. 퍼포먼스가 중심이 아니라 연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 액션을 연기처럼 생각하는 훈련들이 안 되어 있으니, 무술감독이고 배우고 다들 힘들어 했지." 색다른 관점에서 색다른 구도로 생각하지 않으면 인상적인 액션영화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이명세 감독은 말했다. 과연 대가답다.
3. 촬영워크숍
시나리오와 편집 수업으로 다져진 기초가 하나의 작품으로 드러나는 시간이다. 7월21일의 부천판타스틱스튜디오, 힘찬 기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네 개의 조로 나뉘어진 서른 명의 수강생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좀 더 발을 높이 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다른 각도에서 찍는 게 나을 것 같아" 첫 촬영날이지만, 수강생 모두 어느 정도의 현장경험이 있는 만큼 큰 무리없이 무난하게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감독들이 많은 만큼 (뱃)사공이 많다.영화가 어떻게 나올런지…(웃음)" 조원 중 가장 막내라는 4조의 이창희 감독은 유쾌하게 말하면서도 "액션!" 소리에 현장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다리에서 진행되던 1조의 격투신은 웬만한 액션영화를 방불케 했다. 독립군 역할을 맡은 배우 이정현은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액션배우의 꿈을 접지 못하고 이렇게 돌아왔다. 좀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지금은 일단 너무 좋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이들의 작품은 7월23일 오후 5시, 경기예고 강당에서 열리는 환상영화학교 수료식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