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 말람 불란 멩감방> When the Full Moon Rises 모하마드 모드 칼리드 말레이시아 2008 110분 부천초이스:장편
먼저, 주의부터 드려야겠다. <전설의 고향> 류의 고전적인 공포영화를 싫어하시는 분, 시니컬하거나 썰렁한 유머에 관심 없으신 분, 귀신의 비주얼만큼은 완벽하게 무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칼라 말람 불란 멩감방>(이는 말레이시아 어로 ’보름달이 뜰 때’라는 뜻이다)을 보지 마시라. 관객의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만큼 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해고된 기자인 살레가 우연히 들른 마을에서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사람들이 사라진다. 복직하기 위해 마을에서 특종을 잡으려는 살레는 마을의 이곳저곳을 드나든다. 그의 주변으로 아름다운 여인들과 그를 저지하려는 방해꾼들, 그리고 초자연적인 무엇이 모여든다. 전반적으로 흑백 누아르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콧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페도라를 쓴 ’한량’ 남자주인공과 재즈음악, 여인들 사이로 썰렁한 유머와 조악한 귀신, 파시스트가 난데없이 끼어들 때 <칼라 말람 불란 멩감방>은 불균질한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추리물인가, 공포영화인가, 판타지 영화인가. 명실상부한 장르 영화임에도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을 만큼 영화는 혼란스럽다. 그런데 이 혼돈이 은근히 매력적이다. 모하마드 모드 칼리드는 이전부터 독창적인 연출로 말레이시아에서 인기를 누려왔던 감독이다. 황당무개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요리하는 솜씨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