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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는 관객과 좋은 영화를 연결하는 에이전트에요.”
안현진(LA 통신원) 사진 오계옥 2008-05-01

[인터뷰]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

“프로그래머는 관객과 좋은 영화를 연결하는 에이전트에요.” 2003년부터 6년째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을 책임져온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가 운을 뗐다. 영화를 고르는 안목,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화를 포장하는 기획력, 그리고 영화제를 찾은 손님을 응대하는 인맥이 프로그래머가 갖춰야 할 세가지 능력이라는 그의 말에서 구력있는 전문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9회나 됐으면 영화제 규모의 성장이나, 외부에서 보는 위상의 변화를 자랑할 만도 한데, “좋은 영화를 관객과 함께 발견하려고 하는” 영화제의 기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그러면서도 예매 매진작의 속도도 예년보다 3배나 빠르다고 귀뜸한다. 참고로 올해 가장 먼저 매진된 영화는 개막작인 <입맞춤>이다. “멜로드라마이면서 공포, 고독, 인간 내면의 진실 등 멜로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는 요소가 대담하게 배치돼있고, 일본영화에서 드물게 일본 사회가 처한 현실을 거울을 비추듯 보여주는”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인디비전: 국제경쟁’ 부문의 명칭을 ‘국제경쟁’으로 변경한 것이다. 칸이나 베니스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경쟁작에 쏟아지는 관심이 가장 많은 현실을 반영한 변화로,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들을 발굴해 그들을 지지하려는 영화제의 취지가 드러난 결과다. 올해 전주의 경향을 가장 잘 드러나는 부문과 프로그래머로서 심혈을 기울인 부문 역시 ‘국제경쟁’이다. “미래의 영화를 발견”하는 이 섹션에 떨군 그 동안의 땀방울이 아깝지 않은 소식도 들려왔다. <마사지사>로 7회 때 전주를 찾았던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신작이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올해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상영작 프로그램 외에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꾀했다. 올해 신설된 ‘워크 인 프로그레스’이 그것으로, 국내외에서 5편씩 찾은 중간 이상 제작이 진행된 영화 10편 중에서 1편을 선정해 5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좋은 영화 찾기에서 한발 더 나가 제작 과정을 지원하려는 영화제의 응원이다. 정 프로그래머가 말하는 ‘좋은 영화’가 걸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만듦새가 거칠더라도 관객과 소통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3인3색’의 아프리카 영화, 특별전으로 준비된 중앙아시아와 베트남 영화들은 우리가 모르는 그들의 현실을 비춘다는 점에서 관객이 만나볼 만한 영화들이다. 그는 베트남 전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이 앞다투어 영화를 만들었지만, 정작 내부자들의 고통과 후유증에 무관심했다며 올해 준비한 영화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권했다. 또 베트남 영화의 촬영이 쉽게 가지는 편견과는 다르게 기술적으로 진보했음을 첨언해 영화 보는 시선에 균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섭외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들도 있었지만 전주영화제의 이름이 많이 알려짐에 따라 스크리닝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가져올 수 있는 영화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주에 올 영화들은 결국은 오게된다는 믿음도 그래서 생겼다. 또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나 월드 프리미어 보다도 중요한 것은 영화와 관객의 만남이라며, 영화제에 대한 평가도 현재의 양적 평가보다 질적인 면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내년에 또 오고 싶은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10회를 앞둔 정수완 프로그래머, 스스로 “잔치의 호스트”라고 부르는 그의 어깨에 놓인 짐이 무거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주를 향한 관객의 사랑이 계속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