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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장승업
2001-02-21

임권택 감독 신작, 조선말 화가 장승업 생애 다룬다

임권택 감독이 조선말 화가 장승업의 삶을 영화로 만든다. 임 감독은 오래 전부터 장승업의 생애에 관심을 기울여 틈틈이 자료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행적이 영화로 다뤄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을 영화로 만든다는 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그간 머뭇거리다가 이번엔 해보기로 했다”고 임 감독은 말한다. 과연 장승업의 어떤 면이 그의 마음을 끌었을까?

장승업은 안견, 김홍도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19세기 말 외세로 어지럽던 시기를 살다간 장승업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서울에 올라가 머슴을 살며 홀로 그림을 깨친 천재화가였다. 당대에 대단한 인기를 누린 화가였지만 왕이 그려내라는 그림도 거부하는 반골기질도 있던 걸로 전해진다. 임 감독은 “작가로서 어떤 의지를 갖고 살아냈는가, 하는 그분의 생애에 관심이 간다. 명예욕이나 재물욕 없이 얼핏 보면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산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자유분방함이 자기 안에 옥죄고 있는 작가로서의 심한 갈등에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화가와 감독이 다른 직업이긴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춘향뎐>에서 판소리를 영화로 옮기는 데 성공한 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일반의 관심사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우리 전통을 표현하고자 한다. 장승업의 생애를 그리는 한편 그의 그림에서 드러나는 개성을 영상에 담겠다는 것. “동양화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화면에 담을 것인가,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간다.” 제작사는 임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태흥영화사(대표 이태원). 촬영 또한 콤비였던 정일성 촬영감독이 함께한다. 임 감독은 “아직 연출계획이 확실히 서지 않아 시나리오가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그림을 잘 알고 조선말의 사회상에 대해 많이 아는 인물로 택할 예정이며 연기자들도 신인배우를 주연에 기용한 <춘향뎐>과 달리 노련하고 경험많은 배우들과 작업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영화의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빨라도 내년에나 극장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태흥영화사는 5월에 첫 촬영에 들어가 연말까지 찍어서 사계절을 담는 촬영일정을 짜고 있다. 2002년 칸영화제 출품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춘향뎐>의 성과를 뒤로 하고 임 감독은 다시 자신의 길에 나섰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