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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의 젊음, 양지의 사랑
2001-02-21

<잎새> 촬영 현장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나가셔도 됩니다.” 한무리의 사내들이 조심스럽게 말을 죽여가며 링거와 이름도 모를 주사약들을 매단 환자들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교통정리를 한다. 영화 <잎새>가 촬영되고 있는 이대 목동병원은 촬영을 위한 스탭들과 이를 구경하려는 환자들, 중환자실에 면회를 온 사람들까지 뒤엉켜 북새통을 이룬다.

■ 민규, 빛을 만들어가는 남자

소매치기로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하고, 지금은 관찰관(방은진)의 보호 관찰을 받고 있는 김민규(박정철)는 전봇대에 가로등을 다는 전기 수리공 일을 한다. 전봇대에 매달려 비누로 남산타워 조각하기가 유일한 낙인 민규는 언제부턴가 전봇대에 붙기 시작한 사람을 찾는 전단지를 뜯어내는 것이 또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 다혜, 빛을 잃어가는 여자 어릴 적 헤어진 동생을 찾는 전단지를 뜯겨진 곳에 고집스럽게 다시 붙이는 정다혜(최유정)는 퇴행성 시력이상으로 눈앞의 사물이 차츰 어두워져간다. 동생을 찾는 일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완벽하지 않은 이 두 사람이 전단지를 통해 서서히 대화를 시작한다. 이 대화를 이끌어가는 김정식 감독은 “젊은이들의 짧고 찰나적인 사랑을 넘어서 세상의 끝에 살고 있는 연인들이 만나 사랑하는 모습, 양지보다는 음지의 사랑을 그리고 싶다”며 조용히 현장을 지휘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다혜를 위해 민규는 어떤 빛을 만들어줄까. 3월 말이 되면 빛의 정체가 드러난다.

민규와 다혜의 사랑을 이해하는 관찰관은 민규의 범죄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관찰관의 마음을 알면서도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민규는 관찰관의 총을 빼앗아 의사와 관찰관을 위협해 다시 수술실로 들어간다.

손홍주 기자 light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