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여배우들의 등용문이나 마찬가지인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2003)으로 영화에 데뷔해 처음 주연으로 캐스팅된 <썸>(2004)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셈인데 그동안 배우로서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나이가 들었고요. (웃음) 드라마라는 새로운 매체를 접하면서 순발력이 늘었어요. 바로 전 작품이 드라마 <주몽>이었는데 8개월 정도 촬영했죠. 그 사이 연기가 깊어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주몽>에 예소야 아씨로 캐스팅됐을 때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질타를 받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꺼내자 “신인이기에 해야 할 게 더 많거든요”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제가 아직 신인이니까. 그전까지 보여준 게 별로 없기도 했고 처음 하는 장르이기도 했죠. 그때까지 생각했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려를 하셨던 것 같아요.” <주몽>을 언급하면서 내내 신중한 기색이던 송지효의 얼굴은, 그러나 드라마 <궁>을 화제로 삼자 순식간에 환해졌다. 그녀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대부분이라 즐거웠던 모양이다. 윤은혜, 주지훈, 김정훈 모두 반짝이는 20대 청춘들이었으니. “원작인 만화가 있어서 연기하기는 훨씬 쉬웠어요. 캐릭터 잡기도 쉬웠고요. 드라마라는 매체가 이런 거구나, 이렇게 촬영하는 거구나, 많이 느꼈죠. 또래 배우, 게다가 신인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돌발상황에 NG가 많이 났고요. 촬영해야 하는데 다 같이 차 마시면서 수다 떠느라 정신없고. (웃음)”
메이크업하는 시간이 너무 귀찮아 맨 얼굴로 다니기도 한다는 말이 진심으로 들리는 사람. 뭔가 성취하는 짜릿함이 있기에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사람. 더욱이 정적인 운동보다 때론 다치기도 하는 과격한 운동에 끌린다는 사람. <여고괴담…>에 이어 <궁>에서 다시 발레를 선보였지만 발레는 인공적이라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사람. 촬영장에서 수다를 떨거나 간식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시나리오를 보고 주변 구경도 해야 해서 너무 바쁘다는 말괄량이 송지효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아요. 제 안의 모든 감수성이 풍부해진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연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우연찮게 캐스팅돼서 CF를 먼저 찍었죠. 어떤 분들은 제 행보를 너무 느리다고 혹은 너무 빠르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한발짝 한발짝 걸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이제 막 연기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송지효의 목표는 무엇일까. 역시 에두르지 않은 솔직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히 하나둘씩 하고 싶어요. 그래서 내 목표는 이거야, 그런 건 없어요. 아,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미녀 삼총사> 같은 영화? 좋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