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독립영화 지원의 폭을 넓힌다. 그동안 다큐멘터리에 한해 지원작을 선정해온 부산의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이하 AND)가 선정 대상을 장편 독립영화로 확장해 아시아영화펀드(Asian Cinema Fund, 이하 ACF)로 다시 태어났다. 2003년 국내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한 영산펀드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넓혀온 부산의 다큐멘터리 지원 사업은 2006년 아시아 지역의 다큐로 범위를 넓혀 AND란 이름으로 확대 개편했고, 올해는 장편 독립영화 개발비 지원, 장편 독립영화 후반작업 지원 분야를 신설해 AND를 ACF 아래 함께 포함시켰다. 즉 부산의 독립영화 지원 프로그램이 이제 장편 독립영화 개발비 지원, 장편 독립영화 후반작업 지원, AND를 포함하는 ACF로 완성된 것이다.
이제 다큐 뿐 아니라 독립장편도 지원 가능
지원 분야의 확대와 함께 지원 규모도 커졌다. 2007년 ACF는 총 8억원의 기금을 모아, 세 분야의 프로젝트 27편을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시나리오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장편 독립영화 개발비 지원에는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세르비스>, 양해운 감독의 <도깨비>, 전수일 감독의 <히말라야의 소녀와> 등 8편이 선정됐으며, 각각의 프로젝트에는 1천만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또 장편 독립영화 후반작업 지원으로는 안슬기 감독의 <나의 노래는>, 세디그 바르막 감독의 <아편 전쟁>, 김동현 감독의 <처음 만난 사람들> 등 6편이 선정돼, DI와 A프린트, 사운드 작업 등을 지원받는다. 작년보다 20여편 정도 지원작이 늘어 총 65편의 프로젝트가 접수된 AND는 이중 6개국의 13편을 선정해 총 1억5천만원을 지원한다.
보통의 제작비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ACF가 중점을 두는 것은 지원 이후의 과정이다. AND는 편집에 대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던 2006년에 이어 올해는 촬영에 대한 두 개의 마스터 클래스를 준비했으며, 장편 독립영화 후반작업 지원에 선정된 감독들은 올 여름 한국에 들어와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후반작업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AND는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준비된 마스터클래스 ‘촬영: 빛과 색채’, ‘촬영: 카메라와 움직임’에는 인도의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란잔 팔릿과 네덜란드의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 감독이 초청돼 강연을 하며, AND 다큐멘터리 클리닉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감독들과 마스터클래스의 강사가 일대일로 컨설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물론 AND에 선정된 감독들은 의무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재정 지원뿐 아니라 교육까지 책임져
정해진 프로그램 외에도 ACF는 선정된 감독들과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작업 과정을 교류한다. ACF 운영위원장인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지원금이 상금의 형식이 되면 안되기 때문에 후반작업 내내 감독들과 이메일, 전화로 상황을 묻는다”고 말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지원금을 반환하는 식이 아니라, 진행 과정을 수시로 주고 받으며 작품을 함께 완성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임신한 한 여성 감독은 중간에 다리를 삐어 작업에 차질이 생기자 “내년 안에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수정안”을 알려왔고, 또 다른 감독은 “스틸컷을 첨부해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여주었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다큐멘터리는 1년 안에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후반작업을 혼자가 아닌 다른 업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에 많은 감독들이 AND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가 다큐멘터리에 한해 실시했던 지원 사업을 장편 독립영화까지 넓힌 것은 그동안의 성과가 긍정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지원 대상작에 선정됐던 다큐멘터리 중 13편이 올해 와이드앵글에서 상영되며, 2006년 대만다큐멘터리영화제에선 AND란 이름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현재 선정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 각국의 영화제 관련자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AND란 이름의 콜렉션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고, 국내 작품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의 다른 지원 프로그램 일정을 고려해 “개발비 지원을 받은 감독이 또 다른 제작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나의 써클 구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아시아 지역은 북미나 유럽과 달리 언어 소통이 더 힘들고, 시나리오 개발 지원이나 워크숍 형태의 프로그램을 영화제 기간 내에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도 “앞으로 예산을 더 확보하고 프로그램의 시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언어 때문에 지원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 유럽의 유러피안다큐멘터리네트워크처럼 부산은 “시작은 부산에서 했지만 지원은 어디서든 함께 하는” 일종의 독립영화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